영화 ‘더 콘서트’
영화 ‘더 콘서트’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고운 선율·휴먼스토리 버무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고운 선율·휴먼스토리 버무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던 30년 전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회. 천상의 그 하모니를 다시 재연할 수 있다면….”
볼쇼이극장의 청소부인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옛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 창창했던 지휘봉을 꺾인 탓에 알코올중독자가 된 그의 꿈은 차이콥스키를 다시 연주하는 것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12일 밤 선보인 <더 콘서트>는 일생을 음악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으나 공산당의 유대인 박해로 나락으로 떨어진 단원들이 다시 모여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뤄낸다는 내용. 거기에다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빼돌려졌던 아기가 바이올린연주자로 성장해 중단됐던 협연을 하며 진실을 알게 된다는 휴먼스토리가 버무려져 있다.
필리포프는 어느 날 극장장의 방을 청소하다가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온 팩스를 우연히 발견한다.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를 파리에 초청하고 싶다는 팩스를 읽는 순간, 중단된 옛 꿈을 재현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절 오로지 완전한 화음을 위해 유대인 단원들을 몰아내라는 당의 지시를 어기고 연주를 하다가 지휘봉을 빼앗겼다. 연주를 그만두고 거리의 악사, 공장 노동자, 집시가 된 옛 동료들을 규합하여 정규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를 사칭해 파리로 연주여행을 떠난다. 단원과 매니저는 보따리장사, 파리 시내 관광, 옛 공산당의 영화 재건 등 동상이몽이지만 그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안 마리 자케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
마리가 리허설 장소에 왔을 때 단원들은 서너명뿐. 급하게 빌린 악기가 실려오고 현장에서 연주복을 다리는 등 말도 안 되는 아수라장에 실망하고 옛 바이올린 협주자 레아 스트룸의 환상에 젖은 필리포프를 본 마리는 자신은 레아가 아니라면서 협연을 거절한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찾아온 첼리스트 그로스만이 자신들과의 협연이 끝나면 당신의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음악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삶의 진실을 알게 한다”면서. 스물아홉 해 동안 후견인의 손에서 자란 마리는 부모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아왔던 것. 후견인 구일렌은 연주를 하라면서 레아가 해석해 놓은 악보를 남기고 떠난다.
루마니아 출신의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를 나와 1993년 장편 <밀고>로 데뷔하여 몬트리올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더 콘서트>를 통해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어린 시절 경험해야 했던 억압을 슬며시 끄집어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유머러스한 연출로 관객한테 보인다. 파리의 유서깊은 샤틀레극장에서 펼치는 차이콥스키의 선율은 멋진 음악의 감동을 선사한다.
제천/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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