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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복수극 패턴 깨려했는데 예상못한 반응 당황스러워”

등록 2010-08-17 20:47수정 2010-08-17 20:54

김지운 감독
김지운 감독
‘잔혹성 논란’ 중심 김지운 감독
“영등위 판정 따른 삭제로 스릴러 묘미 증발 아쉽다”
김지운 감독은 ‘쌍화탕’과 ‘타이레놀’을 입에 털어넣었다.

“목에서 어깨까지 근육통에 머리도 아프고…" 기운 없는 목소리까지 지쳐보였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불러온 '잔혹성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있는 그를 지난 16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관객과 평단의 반응에 대해 “예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지독한 복수극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죠. 표현 수위가 문제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영화 시작부터 표현을 놓고 고민했고 이 정도면 된다고 판단한 거니까요.”

만든 영화를 두 차례나 다시 가위질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뭉뚱그려서 폭력 수위가 높다고 하니까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제일 많이 언급된 데를 짜르기 시작했고 또 삭제하라고 해서 했죠. 자존심을 걸겠다는 것 없었고 납득도 안 갔지만 그동안 작업한 거나 두 배우의 열연이 너무나 아까웠죠.”

그는 ‘많이 다른’ 복수극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종래 복수극들은 복수를 마음 먹고 찾아가는 과정이 전부죠. 잡았다가 놓치고 하면서 서스펜스를 만들죠. 그런데 이 영화는 바로 잡고 놔줘요. 또 다른 영화를 보면 ’왜 이렇게 빨리 죽여?’ 하게 되죠. 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내가 당한 고통을 너도 겪어야 한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초점이거든요. 아주 센 고통과 아픔을 보여주는 재미있고 강렬한 복수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감독의 의도와 달리 영화를 본 뒤의 느낌이 개운치 않고 불편하다, 또는 불쾌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전리품 없는 싸움의 허망한 파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미친 놈을 죽이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딜레마죠. 악을 악으로 응징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이기도 하고. 그래서 슬픈 복수극이기도 하죠. 우리 안에 있는 악마성을 보게 된다는 점도 있고요. 엔딩을 고심해서 만들었는데, 스릴러로 본 사람은 통쾌하다는 사람도 있고 온당한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 비평가는 <악마를 보았다>가 ‘스너프 필름’(실제 살인 장면을 찍은 불법필름)이나 다름없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진짜 스너프를 못 보신 것 같고, 그렇게 말할 필요까진 없어요. 온당하지 않은 평가라고 봐요.”

사실 표현의 수위보다 복수극의 종결이 더 큰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피해자 감정에만 치우친 선정적 결론이 아니냐는 것. 그는 고민했다고 했다. “주인공의 이런 복수가 정당한 것인가하는 의문이나 의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고민도 있었죠. 경철(연쇄살인범)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그것이라고 하는 건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다루려 했던 것이기 때문에 (경철의)가족들이 느껴야 하는 고통이 자신에겐 가장 크다는 거죠. 그래서 수현(범죄 피해자의 약혼남)이 마지막에 오열하고 절규하죠. 이 모습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 읽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는 건데….”

그러나 ‘마지막 직전 장면’이 너무 강렬해 마지막 장면으로 감독의 의도를 얼마나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는다.

그는 이 영화가 이토록 논란을 부르는 이유로 두가지 정도도 제시했다. 우선은 최민식, 이병헌 두 연기자의 매우 사실적인 연기. 또 하나는 영등위의 두차례 제한상영가 판정. 완급 조절이 중요한 스릴러 영화의 묘미가 두차례 재편집 과정에서 상당히 반감됐다는 것이다.

영화가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는 데는 강하게 반박했다. “미국이나 유럽, 특히 북유럽이 고어영화(피가 낭자한 영화)가 가장 활발한데 거기가 우리보다 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건강하게 흡수되고 거치면서 사회가 튼튼해지는 거고 이 영화 때문에 사회가 어떻게 된다면 사회가 불건강한 것이죠.”

그러나 일부 평론가에서는 주류 영화가 표현 수위 논란이 일 정도로 잔혹하다면 일반 극장이 아닌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악마를 보았다>가 문제작이 된 데 적응이 안되는 듯 당혹스러워 보였다. 그 당혹감은 표현의 끝까지 가보자는 감독의 연출의도에 공감하는 사람보다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실제 17일 보도된 한 신문의 관객설문조사 결과 장면묘사에 부정적 의견 77%, 가족·친구에게 관람권할 것인가에 반대 63% 등으로 나타났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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