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닌>
‘소라닌’…아사노 이니오 원작 만화 영화화
섬세한 영상에 풋풋한 펑크록 음악
섬세한 영상에 풋풋한 펑크록 음악
새 영화 <소라닌>은 일본 만화가 아사노 이니오의 원작 만화의 제목이자 이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진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소라닌은 감자 싹에 든 독 ‘솔라닌’(solanine)이다. 일본식 영어 발음 덕에 한국인이 듣기에 어감은 더욱 아련하고 알싸하다. 그래도 독이다. 중독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물질. 하지만 감자가 싹을 틔우려면 이 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라닌>은 곧 성장통이다. 어른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청춘의 아픔.
주인공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2년째 매일 만원 지하철에 짐짝처럼 몸을 싣고 출근하지만 복사기 앞을 오가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불안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가 발목을 붙들지만 과감히 사표를 던진 데는 함께 사는 남자친구 나오루(고라 겐고)의 격려가 있었다. 나오루는 음악이 꿈. ‘프리터’로 근근이 푼돈을 벌고 기타를 놓을 수 없는 소심쟁이다.
마지막이라는 결심으로 음악에 매진한 그에게 단 한번의 기회가 오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험한 법이다. 그렇다고 젊은이에게 좌절은 길 수 없는 것. 나오루는 실의를 넘어 다시 행복한 꿈을 꾼다. 그러나 그에게 죽음이 기다린다. 사랑하는 이의 젊은 죽음은 메이코에게 ‘소라닌’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픔을 뒤로하고 비로소 메이코는 길을 찾는다. 나오루의 기타를 대신 들고 나오루가 지은 ‘소라닌’을 노래한다.
“만약 느긋한 행복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나쁜 씨앗이 싹을 틔워 이별을 맞게 되겠지. 이별 그것도 나쁘진 않지. 어디서든 잘 지내길…. 안녕! 나도 잘 견뎌볼게. 안녕! 꼭 그렇게 해.”
갈 길을 찾지 못한, 가고 싶은 길에 나서기 어려운, 방황과 고뇌에 둘러싸인 젊은이들에게 <소라닌>은 속삭인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노래해야 한다고. 그래서 <소라닌>은 알싸한 아픔과 아련한 그리움의 느낌으로 충만하다. 젊은이들에겐 공감에서 비롯하는 희망을, 기성세대에겐 어렴풋한 추억을 반추하는 데서 오는 향수를 선사한다.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알린 미키 다카히로 감독의 섬세한 화면 연출, 일본 펑크 록밴드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의 풋풋한 음악 역시 아사노 이니오의 원작 스토리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영화의 감성을 드높인다. 26일 개봉.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스폰지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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