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중국 영화계 샛별 리훙치 ‘겨울방학’ 감독
“나에게 영화는 하늘이 내준 숙제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23일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에서 만난 중국 영화계의 샛별 리훙치(34·사진) 감독은 무척 씩씩했다.
이번에 초청된 영화 <겨울방학>(2010)은 <호다대미>(2005), <국경일>(2008)에 이은 그의 세번째 작품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개학을 며칠 앞둔 소년을 중심으로 한 일상의 점묘화인 작품은 90분 내내 특별할 것도 없는 일화들이 농담처럼 지루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다.
1999년 중앙미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그림을 그리다가 시와 소설을 썼다. 시집 <치유>를 냈고 대하소설 <행운아>, <힘이 넘친다>를 발표한 그는 2005년 영화판에 발을 들여 첫 작품 <호다대미>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았다.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 사람들은 형식을 잘 알아도 무슨 말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러 장르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탓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잘 안다. 그것이 나의 소중한 재산이다.”
개성이 강한 그의 작품은 중국 당국의 심의에서 번번이 걸렸다. 이번 작품 역시 심의에서 보류된 상태다. 지방정부에서는 ‘반인류적’이라며 애매하나마 이유를 말해줬다. 중앙정부 심의는 석달째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런 탓에 중국 안에서는 민간 독립영화제에서 겨우 상영할 뿐이다. 특별히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적인 발언이 부각되지 않으면 그 정도는 눈감아 준다는 귀띔이다.
만일 심의에 통과해 시중 영화관에 걸리면 관객이 들겠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그한테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다. 폭력, 섹스, 암투 등 상업적인 코드가 없을 뿐더러 할리우드식 영화가 점령한 상업 영화관 쪽에서 관심을 둘 리도 없다. 그러니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그는 투자자를 구구절절 설득하느니 그 시간에 영화를 더 찍겠다고 했다. 첫 영화는 여기저기 빚을 내서, 두번째는 시나리오를 써준 댓가로, 이번 세번째는 5년 전 알게 된 대만의 친구가 돈을 댔다고 했다. 본전을 못 건진다는 말에 그래도 좋다는 답을 받았다.
당신과 같은 감독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그게 중국 영화의 잠재된 힘인지 모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당신과 같은 감독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그게 중국 영화의 잠재된 힘인지 모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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