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10㎝ 소녀’ 마루 위 세상을 보듬다

등록 2010-08-29 17:51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어느새 빠져든다. 96분 러닝 타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현란한 장치도, 깜짝 놀랄 사건도 없는데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과 희망을 만난다. 모든 게 빠르고 복잡한 시대 오염된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 아날로그 감성의 승리다.

소인국 아리에티와 아픈 소년
‘눈높이 맞추기’ 따뜻하게 그려
절묘한 배경음악 감정선 자극
손으로 그린 2D 셀 애니메이션

새달 9일 개봉하는 <마루 밑 아리에티>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 그렇듯 자연과 인간의 따뜻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인간 몰래 그들의 물건을 빌리며 살아가는 마루 밑 소인들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키 10㎝에 불과한 소녀 아리에티가 인간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인간 소년 쇼를 만나 교감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빠를 따라 각설탕을 가지러 마루 위로 올라온 아리에티가 몸이 아파 요양 온 소년 쇼를 만나게 되고, 첫사랑인지 뭔지 모를 두 사람의 교감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서 보여준 기발한 상상력을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소인이라는 설정 외에는 판타지가 전혀 없다. 그들은 하늘을 날지도, 마법을 부리지도 않는다. 단지 키가 작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대신 관객들이 직접 발견하는 일상의 재미가 소소하다. 감독은 소인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떨까를 상상하며 그 부분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나뭇잎이 울퉁불퉁하고 벽돌 끝이 갈라져 있는 등의 섬세한 표현을 발견할 때면 눈이 커진다. 아리에티가 머리핀으로 사용하는 빨래집게나 주전자를 배처럼 타고 다니는 모습 등은 피식 웃음이 난다.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아리에티와 쇼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다. 판타지를 뺀 <마루 밑 아리에티>는 결국 소통과 성장의 이야기다. 소인 아리에티와 병든 쇼는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고 보듬는다. 몸이 아파 늘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존재였던 쇼는 처음으로 아리에티를 도와주면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멸종해 가는 종족으로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아리에티는 누군가의 도움에 인간이 무서운 존재만은 아니라고, 세상에 나가 살고 싶다고 느낀다. 영화 시작부터 늘 키 작은 아리에티를 내려다봤던 쇼가 마지막에 가서는 나무를 타고 올라온 아리에티와 눈높이를 마주하고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은 인간과 세상 만물이 평등해지길 바라는 소망의 울림을 전한다.

3디가 봇물을 이루는 최근 시장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한 장면 한 장면 손으로 정성을 다해 그린 2디 셀 애니메이션의 따뜻함으로 승부를 건다. <마루 밑 아리에티>가 지루하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정성 덕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장면을 어떻게 그렸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지브리 스튜디오 ‘마루 밑 아리에티’
절묘한 배경 음악도 잔잔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비법이다. 지브리는 주로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와 작업하며 대개 몽환적인 느낌의 음악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프랑스의 음악가 세실 코르벨과 손잡고 하프연주로 시작하는 ‘아리에티의 노래’ 등 쇼와 아리에티의 미묘한 감정선을 풍부하게 하는 선율을 빚어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영국 동화 <마루 밑 바로어스>를 원작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일본 색을 입혀 직접 각색했다. 지브리에서 15년간 경력을 쌓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처음 연출했다. 놀랄 때 머리가 부풀어 오르고 큰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떠오른다. 일본에서는 9월 말까지 약 100억엔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토이스토리 3>를 앞질렀다. 한국에서는 9월9일 개봉하며 <토이스토리 3>와 맞붙는다. 전체 관람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대원미디어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