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
고 이태석 신부 담은 ‘울지마…’
농촌투신 세여성 다룬 ‘땅의…’
아름다운 두 다큐 9월 개봉
농촌투신 세여성 다룬 ‘땅의…’
아름다운 두 다큐 9월 개봉
헌신은 숭고하고 치열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물신이 지배하는 시대, 아름다움 그 자체인 헌신의 진면목을 체험할 기회가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 덕분에 주어졌다.
우선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의 발자취를 담아낸 <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사진 위).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 이태석 신부는 의사이자 신부, 선생, 지휘자, 건축가로 한생을 뜨겁게 살았다. 10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나 삯바느질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온갖 어려움을 지나 의대에 진학하고 결국 의사가 된다. 안락하고 보장된 삶을 버리고 신께 몸을 맡긴 그가 수단의 톤즈로 떠난 것은 2001년이었다.
가난에 내전까지 겹쳐 신의 버림을 받은 것 같은 그 땅에서 이 신부는 유일한 의사였다. 그에게 하루 300명 넘는 환자가 몰려들었고, 2~3일 걸려 100㎞ 넘게 걸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벽돌을 만들어 손수 병원을 지었고, 이어 학교 건립에 나섰다. 이 신부는 한국에서 교복을 구해다 입히고 음악과 수학은 직접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남수단 최초의 35인조 브라스밴드가 창단된다.
2008년 이 신부는 태어나서 처음 건강 검진을 받게 되는데, 대장암 말기 판정이 떨어진다. 투병 생활이 이어졌고 올 1월14일 선종했다. 톤즈 사람들은 지금도 아버지 같았던 ‘쫄리’(John Lee)를 그리워하고 있다.
또 한편의 다큐 <땅의 여자>(감독 권우정·사진)는 10여년 전 대학 졸업 뒤 농민운동을 계획하고 농촌에서 살아온 30대 후반의 세 여성 소희주, 강선희, 변은주씨의 농촌 생활기다. 이들은 각각 경남 진주, 합천, 창녕에서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농사일을 시작해 밭에서 돌아오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해가 지면 농민회 모임에 참석한다. 동네 할머니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농민운동가라니 거창하지만 농사일을 안 마쳤다고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고 남편을 타박하기도 하는 보통사람들이다.
권 감독은 2005년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홍콩 원정 투쟁에 영상단으로 갔다가 이 여성들을 만나 다큐 제작을 시작했다. 소희주씨 집 근처에 집을 얻어 살며 1년 반 동안 1시간짜리 테이프 310개를 찍어댔다. 가까이에서 함께 살며 부대꼈기에 여성 농민들의 평범한 일상부터 고통과 고민까지 생생히 담아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다큐는 메세나상을 받았고 서울독립영화제 대상도 거머쥐었다. 두 다큐 모두 9월9일 개봉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다큐 <땅의 여자>(감독 권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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