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주연 액션영화 ‘해결사’
설경구 주연 액션영화 ‘해결사’
설경구의 트레이드마크는 좌충우돌형 액션이다. 그의 격투는 합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난도질이나 총알 세례도 설경구 액션에는 끼어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처절한 ‘개싸움’이다. 맞고 뒹굴고 깨고 부수고 쉬지 않고 달리는 인간적인 싸움. <공공의 적> 시리즈로 만들어진 설경구표 액션이 이번 영화 <해결사>에서도 핵심이다. 영화 속 설경구는 줄곧 때리고 또 때린 만큼 맞는다. 세탁소 간이 옷걸이로 상대를 제압하고 변기 뚜껑, 의자 다리, 고무호스 등 잡히는 대로 다 무기가 된다. 그것은 세련된 비장미로 꾸며진 다른 영화의 액션신과 달리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권력 암투 속 누명 쓴 형사의 반격
빠른 전개·진한 몸싸움·코믹대사
100분간 “정신 쏙 빼는 오락영화” 〈공공의 적〉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설경구가 싸우는 이유다. 설경구는 여태껏 ‘공공의 적’에 대항해 싸워왔다. 온갖 크고 작은 속물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최소한 설경구만은 정의를 따졌고 서민들이 뒤에서 욕할지언정 앞에 대놓고 싸우지 못할 거대한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그들에게 죄를 물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해결사>의 설경구가 맡은 강태식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어쩌다 싸움의 한복판에 밀려들어왔을 뿐이다. 강태식은 의인이 아닌 그저 소시민, 싸움 솜씨 좋은 형사 출신 해결사일 따름이다. 강태식은 여느 때처럼 돈 되는 일에 해결사로 나섰다. 모텔 방에 들어가 간통죄 증거를 만들어주는 일이 주업이다. 과거 아내를 살인마에게 잃고 외동딸만을 위해 열심히 사는 생활인 강태식은 여기서 함정에 빠져든다. 엉켜 있어야 할 남녀 대신 한 여성의 주검이 놓여 있다. 모텔에는 곧 경찰이 들이닥치고 강태식에게 낯선 전화가 걸려온다. 누명을 벗으려면 대형 정치 비리를 터뜨리려는 변호사를 납치하라는 요구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또다른 해결사로 나선다. 그리고 자신을 이용하는 세력이 누군지 서서히 알게 되면서 반격에 나선다. 여기서 반격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딸을 살리고 자신도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조용히 잘 사는 사람 왜 건드리냐는 억울한 태도가 강태식의 반격에는 깔려 있다. 강태식뿐 아니라 <해결사>에는 선인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없다. 그저 제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리는 악인만 가득하다. 모든 음모를 기획한 오경신(문정희)은 여당 대권 후보인 아버지(송재호)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람 한둘쯤 죽이고 때리고 가두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냉정하고 냉랭하다. 오씨 부녀에 맞서는 이는 일반적 구도에서 선과 의를 상징해야 할 듯하나, 오씨 부녀의 비리 폭로를 빌미로 대권 포기를 압박하는 야권의 대선 후보(조영진) 역시 정치적 이익을 정의보다 앞세운다. 강태식을 직접 속이고 괴롭히는 옛 동료 장필호(이정진)나 선배 형사 원주봉(주진모) 등이 사악한 건 물론이고 강태식을 모함에서 건져내는 형사 콤비 상철(오달수)과 종규(송새벽)도 그저 제 할 일을 할 따름이지 ‘정의사회 구현’ 따위의 명분을 되뇌진 않는다. 착한 이는 없다. 나쁘거나 그저 평범할 뿐. 제한속도를 넘어서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얼을 쏙 빼놓는 액션·추격 장면 등으로 눈이 머리를 압도하는 데서 오는 청량감이 아찔하다. 또한 오달수와 송새벽 콤비의 엉뚱한 코믹대사같이 톡 쏘는 맛도 영화 곳곳에 배치돼 있다. 현실 정치에서 자주 목격한 정치권의 추잡한 암투와 비리가 배경처럼 등장하는 것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영화가 의도하는 것은 재미다. “대놓고 오락영화를 찍기는 처음”이라는 설경구의 말처럼, 정의 따위는 잠시 잊고 100분 동안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 9월9일 개봉. 15살 관람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외유내강 제공
빠른 전개·진한 몸싸움·코믹대사
100분간 “정신 쏙 빼는 오락영화” 〈공공의 적〉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설경구가 싸우는 이유다. 설경구는 여태껏 ‘공공의 적’에 대항해 싸워왔다. 온갖 크고 작은 속물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최소한 설경구만은 정의를 따졌고 서민들이 뒤에서 욕할지언정 앞에 대놓고 싸우지 못할 거대한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그들에게 죄를 물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해결사>의 설경구가 맡은 강태식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어쩌다 싸움의 한복판에 밀려들어왔을 뿐이다. 강태식은 의인이 아닌 그저 소시민, 싸움 솜씨 좋은 형사 출신 해결사일 따름이다. 강태식은 여느 때처럼 돈 되는 일에 해결사로 나섰다. 모텔 방에 들어가 간통죄 증거를 만들어주는 일이 주업이다. 과거 아내를 살인마에게 잃고 외동딸만을 위해 열심히 사는 생활인 강태식은 여기서 함정에 빠져든다. 엉켜 있어야 할 남녀 대신 한 여성의 주검이 놓여 있다. 모텔에는 곧 경찰이 들이닥치고 강태식에게 낯선 전화가 걸려온다. 누명을 벗으려면 대형 정치 비리를 터뜨리려는 변호사를 납치하라는 요구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또다른 해결사로 나선다. 그리고 자신을 이용하는 세력이 누군지 서서히 알게 되면서 반격에 나선다. 여기서 반격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딸을 살리고 자신도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조용히 잘 사는 사람 왜 건드리냐는 억울한 태도가 강태식의 반격에는 깔려 있다. 강태식뿐 아니라 <해결사>에는 선인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없다. 그저 제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리는 악인만 가득하다. 모든 음모를 기획한 오경신(문정희)은 여당 대권 후보인 아버지(송재호)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람 한둘쯤 죽이고 때리고 가두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냉정하고 냉랭하다. 오씨 부녀에 맞서는 이는 일반적 구도에서 선과 의를 상징해야 할 듯하나, 오씨 부녀의 비리 폭로를 빌미로 대권 포기를 압박하는 야권의 대선 후보(조영진) 역시 정치적 이익을 정의보다 앞세운다. 강태식을 직접 속이고 괴롭히는 옛 동료 장필호(이정진)나 선배 형사 원주봉(주진모) 등이 사악한 건 물론이고 강태식을 모함에서 건져내는 형사 콤비 상철(오달수)과 종규(송새벽)도 그저 제 할 일을 할 따름이지 ‘정의사회 구현’ 따위의 명분을 되뇌진 않는다. 착한 이는 없다. 나쁘거나 그저 평범할 뿐. 제한속도를 넘어서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얼을 쏙 빼놓는 액션·추격 장면 등으로 눈이 머리를 압도하는 데서 오는 청량감이 아찔하다. 또한 오달수와 송새벽 콤비의 엉뚱한 코믹대사같이 톡 쏘는 맛도 영화 곳곳에 배치돼 있다. 현실 정치에서 자주 목격한 정치권의 추잡한 암투와 비리가 배경처럼 등장하는 것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영화가 의도하는 것은 재미다. “대놓고 오락영화를 찍기는 처음”이라는 설경구의 말처럼, 정의 따위는 잠시 잊고 100분 동안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 9월9일 개봉. 15살 관람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외유내강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