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우에노 주리 방한
엉뚱발랄 ‘4차원 소녀’ 완벽 연기
엉뚱발랄 ‘4차원 소녀’ 완벽 연기
“노다메 대박!” 우에노 주리(24·사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객석 한쪽에 모여 있던 그의 팬들은 “주리짱!”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청량리점에서 <노다메 칸타빌레> 시사회를 앞두고 나타난 우에노의 어설픈 한국어와 몸짓은 영화 속 ‘노다메’와 흡사했다. 엉뚱하고 익살스러워 귀여운 ‘4차원’ 소녀.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의 이하나 또는 올 상반기 <개인의 취향>에 나온 손예진과 비슷한 캐릭터랄까. 손예진은 우에노의 노다메 연기를 참고했다고도 했었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만화 원작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티브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작 만화는 3000만부 넘게 팔렸고, 드라마는 평균 20%가 넘는, 일본에서는 대박 중에서도 대박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명민이 열연한 국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같은 원작이다. 영화는 국내 개봉을 앞둔 1편에 2편까지 합쳐 100억엔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영화에서 노다메와 치아키(다마키 히로시)는 세계 무대를 꿈꾸며 파리에 와 있다. 주된 스토리는 치아키가 실력이 형편없는 말레오케스트라를 살려내는 과정이다. 노다메는 최고의 지휘자 치아키와 협연하는 게 꿈일 뿐, 아직 그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치아키의 고군분투에 노다메의 ‘4차원’ 연기가 코믹 터치로 가미됐다. 결론이 뻔한 치아키의 오케스트라 살리기 드라마에, 노다메를 중심에 놓고 곳곳에 배치된 만화적 표현이 빠졌더라면 상당히 심심한 영화가 됐을 듯하다.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마주한 우에노 주리는 순박한 큰 눈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성형이 필수인 한국 여배우들과 달리 자연스러운 외모에, 우스꽝스런 ‘노다메’ 연기가 얹힌 부조화는 도리어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 성싶었다. 한국팬들이 많은 이유를 묻자, 우에노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소데스카…(그래요)”라며 짐짓 시치미를 떼더니 진지한 표정을 되찾았다. 특히 여느 여배우와 달리 여성팬들까지 많은 이유에 대해 “노다메 입장에 자신을 투영시킬 수 있고 그래서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평이한 답을 내놨다.
우에노가 노다메 캐릭터만 연기한 건 아니다. 순애보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드라마 <라스트프렌즈>(후지텔레비전 2008년)에선 레즈비언 역을 맡아 열연도 했다. 어떤 캐릭터든 푹 빠져들어야 하는 연기자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 성격은 어떨까? 우에노는 “진짜 성격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고 한발 뺐다. “노다메를 함께한 사람들과 있으면 그런 성격이 나오고 또 집에 있을 땐 멍하니 아무것도 안 할 때도 있고, 밥 해먹고 개 산책시키는 슬로라이프를 즐기기도 해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고 해야겠죠.”
드라마보다 이번 영화에는 ‘노다메’스러운 매력이 더 강하게 표현됐다. 우에노는 드라마에서 노다메로 살아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노다메의 집대성인 셈인데, 드라마에서 노다메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고 그래서 영화에서 가장 혼이 깃든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거죠.”
한국어 자막으로 영화를 봐야 하는 한국인으로선 제대로 맛을 느끼기 어렵겠지만, 노다메가 쓰는 말은 그 행동거지만큼이나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우에노의 말로는 “남들이 안 쓰는 단어”다. “원작 만화를 보면 ‘노다메어’라는 사전이 있어요. 어떻게 자연스럽게 그 단어들이 입에서 나오게 할지 연구도 많이 했죠. 그리고 나서는 결국 개가 짖듯이 쓸 수 있게 됐죠. 하하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년)로 국내 관객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우에노는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에 이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4년 전 시골여학생들이 재즈연주를 배우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스윙 걸즈>로도 방한했었다. 한국팬들도 상당히 많은 우에노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 드라마에도 꼭 출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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