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빈
액션영화 이변…예리한 액션에 잔인하지만 정의로운 복수도 한몫
영화 <아저씨>에 대한 뭇시선이 뜨겁게 달아올라 식을 줄 모른다. 개봉 5주차인 이번주까지 내리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500만 관객도 훌쩍 넘었다. 관객이 느는 속도도 빨라서 올해 흥행 1위인 <의형제>(547만명)도 다음주 정도면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의형제>가 15살 관람가인 데 비해 <아저씨>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18금’ 영화 중 역대 흥행 3위인 <추격자>(507만명)는 이미 넘어섰고 역대 2위 <타짜>(684만명)를 맹추격 중이다. 이런 속도가 유지된다면 이달 안에 600만명은 거뜬히 넘기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액션영화가 500만을 넘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주관객층인 남성 외에 여성 관객을 대거 끌어모았다는 데서 역시 주역을 맡은 원빈의 힘이 재확인됐다. 무엇보다 원빈의 연기 변신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가을동화>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등 출연작에서 기존의 미소년적인 감성을 바닥에 깔고 철부지 동생이나 순박한 아들 역할에 머물던 그가,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들며 단독자로서의 위엄을 멋지게 보여준 셈이다. 섬세하고 나약하게 보이는 외모를 지닌 그가 이젠 약자를 보호하는 강한 남성성을 내세워 여성 팬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많은 여성 팬들이, 원빈이 나직하게 대사를 읊조릴 때마다 환호하는 이유다.
<아저씨>가 액션과 스릴러를 표방하면서도 감성 멜로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한 것도 주효했다. 원빈이 맡은 태식은 고독한 전직 요원이다. 그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숨진 아내를 향한 그의 순애보 역시 마음 저리게 밝혀진다. 그런 순애를 바탕으로 태식은 이웃집 어린 소녀를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연다. 과거 아내와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아픔을 이겨내고 이제 소녀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나선다. 이런 설정들 속에는 소통과 교감, 헌신 등 감성에 호소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강한 남자의 섬세하고 순수한 소년적 감성이 여성 팬들을 열광하게 한 것이다.
신선한 액션 장면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동남아시아 무술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무술들을 응용하면서 기존 액션과 대비되는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이정범 감독 표현대로 “잔인하면서도 예리한 액션”이다. 원빈 역시 이런 액션신을 대역을 최소화하며 소화하기 위해 3개월간의 연습기간을 견뎌냈다. 박찬욱 감독은 <아저씨>의 마지막 액션신에 대해 “대한민국 영화사에 남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화려하고도 생동감 있고 “정교하게 합이 짜인” 깔끔한 액션 장면은 액션영화를 즐기는 남성 팬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무엇보다 <아저씨>의 모티브가 ‘복수’라는 점은 중요한 흥행요소다. 특히 힘없는 약자에게 거대한 사회악이 저지르는 폭력에 대한 응징의 차원에서, 태식의 잔인하지만 정의로운 복수는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자신을 대신해 죽은 아내와 뱃속 아이가 투사된 어린 소녀를 구해내려고 최대한의 복수를 계획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 태식이 인간 병기로 변화하는 과정은 상당한 낭만성까지 획득한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도 이 영화가 채워주는 부분이다.
특히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반대정서로 정의라는 화두가 회자되는 한국의 현실도 영화의 흥행에 한몫한 측면이 있다. 억울해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서민들에게, 완벽하게 악을 응징하는 태식의 모습은 커다란 대리만족으로 작용할 법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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