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김태희·양동근의 ‘눈부신 성장’

등록 2010-09-09 19:28

영화 ‘그랑프리’
영화 ‘그랑프리’
영화 ‘그랑프리’
깊이있는 연기에 따뜻한 이야기 ‘눈길’
영화 <그랑프리>의 주인공 주희(김태희)는 경마 기수다. 경주 도중 사고로 어깨를 다치고 아끼던 말까지 잃는다. 제 욕심 때문에 말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그를 깊은 좌절에 빠뜨린다. 죽은 말의 유골을 안고 제주도로 날아간 주희는 우연히 만난 우석(양동근)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재기할 용기를 얻게 된다.

영화에서 전면에 내세워지는 건 주희의 아픔이지만, 모든 인물들은 제각각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 기수인 우석 역시 경주중 사고로 친구를 잃었고, 마주 만출(박근형)과 우석의 어머니 유선(고두심)은 현대사의 비극에 얽힌 상처와 오해를 공유하고 있다. 만출의 귀엽기 그지없는 손녀 소심(박사랑)도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버린 엄마를 마냥 그리워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각 인물들의 아픔도 함께 치유되어 가는데, 그 과정이 잘 짜여 있다. 무엇보다 깔끔한 연출의 힘이다. 말의 질주가 보여주는 힘찬 속도감이 대비되며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말이 뛰노는 제주의 풍광도 아름답다.

김태희의 연기도 볼만하다. 티브이 드라마 <아이리스>를 빼면 이렇다 할 영화가 없어 배우보다는 광고 모델로 꼽혀온 김태희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랑프리>는 새 이정표가 될 듯하다. 기수복을 입은 김태희가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어색하기만 했던, 감정을 표현하는 내면 연기도 한층 깊어졌다. 양동근은 이 영화의 ‘팥소’와 다름없다. 뒤늦게 <그랑프리>에 합류했으나 그가 없었다면 아주 심심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양동근의 건들건들 웅얼거리는 독특한 말투와 몸짓은, 웃긴 듯 슬픈 듯 감정을 요리조리 잡아내는 솜씨가 완전히 무르익었다.

결과적으로 한국마사회의 돈과 김태희의 미모가 적절히 어우러진 고만고만한 영화일 거라는 쉬운 예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충분히 감동적이고 따뜻하고 재미있고 편안한 한국영화를 오랜만에 만난 셈이다. 온가족이 함께 볼 만한 추석영화로서 안성맞춤이다. 16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영화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