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정(28)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민정
‘텔레비전 <꽃보다 남자>(2009)에서 조연으로 운좋게 뜨고, <그대 웃어요>(2009)에 주연을 꿰찬 여세로 상업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주연으로 발탁된…’이라고 배우 이민정(28)씨를 소개하면 틀리지는 않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2004년 대학 3학년 때 처음 무대에 선 것으로 치면 이 바닥 6년차다. 2005년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로 영화판에 들어와 <무도리>(2006), <포도나무를 베어라>(2007), <펜트하우스 코끼리>(2009), <백야행>(2009) 등에서 조연급 수련을 거쳤다. 드라마 역시 <사랑공감>(2005), <있을 때 잘해>(2006), <깍두기>(2007), <누구세요?>(2008)에서 꾸준히 얼굴을 알려왔다. 시쳇말로 뜨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물밑 발놀림이 바빴던 셈이다. 그래서 이점도 있다. 이력에 비해 아직 상큼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광고 쪽에서 선호하는 인물로 꼽히는 것. 텔레비전을 틀면 여기저기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엄태웅, 최다니엘, 박신혜와 함께 출연한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추석시즌 개봉되기에 앞서 9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시라노에 출연한 계기는?
“<그대 웃어요>가 종영될 무렵 대본이 들어왔다. 촬영을 기다리면서 두시간 동안 차안에서 화장실도 안 간 채 재밌게 읽었다. 내가 재밌다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 친구들이 보고 피드백을 해줬으면 해서다. <그대 웃어요>는 주말드라마였는데, 친구들이 워낙 놀러 다니기 좋아해 대부분 보지 못했다더라. 하지만 친구들이 영화는 자주 본다.”
- 일에 열심이지만 연애에 젬병인 중층적인 민영도 있는데 하필 얼굴 예쁘고 연애 잘하는 희중이었나?
“민영은 영화 속에서 맡은 일과 주어진 성격대로 연기하면 그만이지만 희중은 옛 상처로 인해 사랑에 대한 믿음이 퇴색한 여성이라 내면의 ‘쌓는 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로 웃고 마는 게 아니라 끝난 뒤에 좀더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기도 하다. 내가 잘 감당했는지 모르지만….”
- 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감독님과 상대배우인 엄태웅 선배와 많은 얘기를 했다. 희중과 병훈이 다시 만나서 술을 먹고 집에 갔을 때 원래는 미친 듯이 키스하는 걸로 나온다. 그렇게 하면 희중의 캐릭터가 망가질 것 같더라. 희중에게 연민이 가려면 다가오는 병훈을 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한테 얘기했다. 영화가 완성된 뒤 ‘민정씨 말 듣기 잘했다’고 하더라. 마음이 열린 감독과 너그러운 선배를 만나 다행이다.”
연극·드라마·영화 섭렵한 ‘6년차’
“초짜지만 이젠 다 할 수 있을 것
관객이 믿을 수 있는 배우가 꿈” - 영화를 보니 어떻던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보이더라. 내가 눈 밑에 빨간 점이 있는데, 그것이 자꾸 눈에 띄고, 이 테이크는 썼고, 그 테이크는 안 썼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주변사람들 얘기를 듣고 있다. 언론시사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 - 배우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예쁘다는 거 빼고. “아직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아 장점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적다. 한 가지 있다면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를 두루 경험했다는 것이다. 세 장르가 연기라는 점으로 수렴되기는 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르다. 처음 텔레비전 드라마를 할 때 연극과 같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1, 2, 3 카메라 중 어느 곳에 불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고, 남의 말을 물지 말아야 하는 등 고유한 규칙이 있더라. 영화는 한번 쉬면 4시간 뒤에 촬영이 재개되는 등 감정조절 시점이 드라마와 다르더라. 세 부문 모두 초짜이긴 하지만 이제는 어느것이 들어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동안 부자에 사랑스런 역만 했는데 변신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꽃보다 남자>, <그대 웃어요>는 트렌디한 성격이 강해 세련된 측면만 보여주었고 <시라노>의 희중 역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면 작품 자체가 죽는 역설적인 인물이다. 스펙트럼을 넓혔으면 하고, 그럴 수 있다. 나도 <내마음의 풍금> 주인공처럼 시골의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 지금의 흰 얼굴로 보면 아닌 것 같지만 내 얼굴이 가무잡잡하다고 생각해 보라.”
- 배우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저 사람이 나오면 재밌을 거야 하고 관객들이 티켓을 기꺼이 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이 쌓여야 그럴 가능성이 있고, 관록 자체가 힘든 일이긴 하지만. 전도연 선배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김희애 선배의 깔끔한 자기관리가 목표다.”
- 소주 광고(참이슬)에서처럼 술을 잘 마시나?
“한가할 때는 좀 했는데, 요즘은 너무 바쁘고 몸도 안 좋아 못 마신다. 하루 열두개의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 어제는 집에 기어서 들어가다시피 했다. 영화 하면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 그런 게 아니더라. 항상 그럴 것도 아닐 것이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연극·드라마·영화 섭렵한 ‘6년차’
“초짜지만 이젠 다 할 수 있을 것
관객이 믿을 수 있는 배우가 꿈” - 영화를 보니 어떻던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보이더라. 내가 눈 밑에 빨간 점이 있는데, 그것이 자꾸 눈에 띄고, 이 테이크는 썼고, 그 테이크는 안 썼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주변사람들 얘기를 듣고 있다. 언론시사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 - 배우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예쁘다는 거 빼고. “아직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아 장점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적다. 한 가지 있다면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를 두루 경험했다는 것이다. 세 장르가 연기라는 점으로 수렴되기는 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르다. 처음 텔레비전 드라마를 할 때 연극과 같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1, 2, 3 카메라 중 어느 곳에 불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고, 남의 말을 물지 말아야 하는 등 고유한 규칙이 있더라. 영화는 한번 쉬면 4시간 뒤에 촬영이 재개되는 등 감정조절 시점이 드라마와 다르더라. 세 부문 모두 초짜이긴 하지만 이제는 어느것이 들어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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