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리메이크작 ‘무적자’
‘영웅본색’ 리메이크작 ‘무적자’
탈북 조폭·경찰 이야기로 변신
탈북 조폭·경찰 이야기로 변신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을 리메이크한 <무적자>가 뚜껑을 열었다. ‘잘 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는 리메이크 작품치고는 가작이다. ‘호적 또는 국적이 없는 자’로 해석될 법한 <무적자> 타이틀부터 <영웅본색>의 촌스런 제목과 비교되며 저우룬파(주윤발)-송승헌, 장궈룽(장국영)-김강우, 티룽-주진모 등 등장인물의 면모 역시 그대로 원작에서 따왔다. 스토리 또한 무기밀매 조직의 콤비 이영춘(송승헌), 김혁(주진모), 그들을 뒤쫓는 김혁의 동생인 형사 김철(김강우), 그리고 조직을 손에 넣으려는 정태민(조한선)의 삼각구도다. 배경과 배우만 다를 뿐 원작과 똑같다! <무적자>만으로 보아달라고 부탁했던 송해성 감독과 출연배우들한테 미안한 얘기지만 영화 내내 원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송해성 감독의 고민과 그 성적표가 서서히 드러난다. 원작의 배경은 중국에의 반환을 앞둔 홍콩. 나라도 아니고 나라가 아닌 것도 아닌 세기 말 홍콩은 그마저도 어찌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크게 한판 벌이고 그곳을 뜨면 어디서 다시 만날까 싶은 시점에서 범죄조직의 의리와 배신은 아주 중요한 코드였던 것. 그럼 부산으로 배경을 바꾼 리메이크작은? 홍콩과 같은 항구도시로 인적·물적 이동량이 많으며 그에 따른 총기·마약범죄가 간혹 발생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대량 무기밀매, 위조지폐 제조와 유통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니까 큰 흠결이 되지 않는다.
<무적자>가 영웅본색과 결별하는 지점은 이영춘, 김혁, 김철이 탈북자라는 것. 이영춘과 김혁은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그 특기를 이용해 남한 범죄조직의 일원이 된다. 체제가 다른 사회에서 험악한 여러 직종을 거치며 냉대를 경험한 그들이 막판에 이른 곳이 남녘 바닷가 암흑조직이지 않겠는가. 반면 10년 뒤 합류한 김철은 탈북 2세대로 경찰시험을 거쳐 형사가 되어 사회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남한 사회의 텃세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조직의 2대 보스 정태민의 “너네 살던 데로 돌아가!”라는 이죽거림은 비수처럼 박힌다. 북한에서의 끈으로 이어진 이영춘-김혁 짝은 무적자일 수밖에 없으며 경찰이 되어 형을 추격하면서까지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는 김철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탈북자 2만명 시대. 이들의 실업률이 평균 실업률 4배를 웃도는 13.7%이며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이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저임금, 단순 업무에 머물고 있다. 영화는 탈북자들의 원망어린 절규다. “우리더러 어쩌라고?!” 16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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