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웅(48)씨
1인극으로 내공 다진 유순웅씨
‘빗자루, 금붕어~’서 농익은 연기
‘빗자루, 금붕어~’서 농익은 연기
‘청주 촌놈’이 늦깎이로 영화배우가 됐다. 그것도 단박에 주연배우로. 30일 개봉하는 영화 <빗자루, 금붕어 되다>에서 주인공 ‘장필’을 연기한 유순웅(48·사진)씨.
영화는 신림동 고시촌에 사는 한계선상의 사람들 이야기다. 말이 고시촌이지 실상은 쪽방촌. 벼락출세를 꿈꾸는 고시생, 고시생 대열에서 낙오한 자폐인,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극빈자들이 한평 남짓 공간을 빌려 아옹다옹 살아간다. 중늙은이 장필은 고시원 복도를 쓸고 신발을 정리하고 고시생 모집 전단을 붙이는 고시원 총무다.
하지만 그 자리는 약삭빠른 옆방 젊은이한테 뺏기고 폐지 줍기에 나선다. 돈이 될까 싶었던 모니터는 폐품으로 판명된다. 애초 그것을 판 여자가 버려진 모니터 앞에서 잠시 주인인 척했던 것. 며칠을 기다려 만난 그 여성은 그까짓 몇 푼 하면서 모욕을 주고 장필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다. 영화는 고시촌 쪽방과 복도, 그리고 그 확대판인 달동네와 골목길에 고정 카메라를 두고 장필을 중심으로 하층민의 삶을 스케치한다.
유씨는 “이태 전 시나리오를 읽고 사회의 어두운 단면인 고시촌에 던지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에 반해 출연하게 되었다”며 “그동안 관객의 반응만으로 느끼던 나의 연기를 스크린으로 보니 부끄럽고 아쉬운 점이 많이 발견되더라”고 했다.
그는 영화판에서는 새내기지만 연극판에서는 일인극 <염쟁이 유씨>로 유명한 개성파 배우. 올해 들어 1000회를 넘긴 <염쟁이 유씨>는 40여년 염을 해온 노인이 관객에게 염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목격한 여러 죽음을 이야기해줌으로써 인생의 소중함을 환기하는 내용. 유씨는 주인공인 염쟁이 노인과 동네 건달, 장례업체 호객꾼 등 1인 15역을 소화한다.
1987년 청주 예술극장 두레의 마당극 ‘작업장 타령’으로 극판에 들어와 한해 100여 차례 공연을 하며 18년을 보내고 보니 밑천이 바닥난 느낌이 들더라고 했다. 재충전도 할 겸 공부도 할 겸 후배 연극인 김인경씨한테 부탁해 받은 대본으로 2004년 시작한 것이 이 작품이다.
청주에서 첫공연은 70석 소극장이 꽉 찰 만큼 성황이었다. 지역 15곳을 돌며 자신을 얻은 그는 2006년 대학로의 마로니에 소극장을 빌렸다. 관객이 줄을 서면서 매스컴도 탔고 상도 탔다. 6년 동안 군 단위 웬만한 지역은 다 돌았다. 일인극에 상황극인 만큼 연기도, 내용도 탄탄해졌다.
<빗자루…>를 통해 농익은 내면연기를 선보인 유씨는 <내가 내린 처방전> <된장> <헬로 고스트> 등 다른 영화에도 출연하게 됐다며 웃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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