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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신산한 근현대사 속 일그러진 ‘삼대’ 이야기

등록 2010-09-27 22:34

새 독립영화 ‘계몽영화’
새 독립영화 ‘계몽영화’
새 독립영화 ‘계몽영화’
저예산에도 깔끔한 처리 돋보여
친일·전쟁·개발독재에 정면도전

새 영화 <계몽영화>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모인 한집안 가족들을 통해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풀어내면서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낸다.

일제 강점기 친일로 부와 지위를 축적한 조부 정길만, 한국전쟁과 개발독재 시대의 가부장적인 아버지 정학송, 일상적으로 자행된 아버지의 폭력으로 유년기 정신적 외상을 입고 성장한 딸 정태선. 영화는 이들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한 중산층 가족의 어긋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어떤 선택들이 이들의 현재를 만들었는지를 1930년대에서 현재까지 80여년을 아우르면서 보여준다.

영화의 시간축은 1931년, 1965년, 1983년 그리고 현재 등 4개. 1931년 일제 강점기를 상징하는 것은 동양척식주식회사로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영화 속 1세대 길만은 이곳에 취직해 조선인 소작인한테서 소작료를 거둬들이는 일을 한다. 그는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지려던 동무를 배신하고 그를 신고해 출세를 확실히한다. 길만의 둘째아들 학송은 1965년 유정한테 프러포즈한다. 그때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이던 때. 그는 2차산업인 나일론 주식회사에 다닌다는 것을 강조하며 청혼을 하고 일본의 것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라면 한보따리를 선물한다. 1983년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차별 진압한 신군부 집권기. 비리와 부와 권력을 쌓은 아버지 학송의 유일한 취미는 클래식 음악 듣기.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녹화와 녹음을 떠맡은 어린 태선은 친구들과 마음놓고 놀지를 못한다. 첫 달거리가 터진 날. 태선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실황 녹음을 놓치고 아버지한테서 심한 구타를 당한다.

저예산 독립영화인데도 옛 시절을 깔끔하게 재현한 것이 돋보인다. 길만의 동선인 동양척식주식회사, 술집, 소작농의 집, 학송이 유정한테 프러포즈하는 중앙국제다방 등을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했으며 당시 처음 등장한 라면, 보석브랜드인 티파니 반지, 옛 녹음기, 텔레비전 등을 그 시절 그대로 등장시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쟁영화>의 주연배우인 정승길과 김지인이 출연해 20대와 60대를 넘나들며 연기했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활동하는 박혁권, 오우정, 배용근 등이 출연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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