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1984), ‘담포포’(1966), ‘아게망’, ‘민보의 여자’, ‘중환자’, ‘슈퍼의 여인’
이타미 주조 감독 회고전
구로사와 아키라 이후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이타미 주조(1933~1997) 감독 회고전이 독립영화관 시네마루에서 10월3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회고전에는 이타미 감독의 출세작 〈담포포〉를 비롯하여 전작 10편 모두 무료로 상영된다.
‘장례식’ 등 전작 10편 무료 상영
반야심경 녹여낸 ‘중환자’ 눈길 이타미 주조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1984년으로 51살 때. 첫 작품인 <장례식>에서부터 히트를 치면서 일약 흥행감독으로 떠올랐다. <장례식>은 일본의 전통적인 장례 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가운데, 상주인 영화감독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위선과 가식을 드러낸 작품이다. 감독 데뷔작 <장례식>이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23년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영화의 문법을 두루 꿴 탓으로 보인다. 1960년 배우가 된 그는 1963년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북경의 55일>에서 일본군 지휘관인 시바 중사 역으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65년 <로드 짐>, 1967년 <일본군가고> 뒤 출연이 뜸하다가 감독 데뷔 한해 전인 1983년에 <세설>, <가족 게임>, <도망지도>, <선술집 초지> 등 4편의 영화에 출연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부친 이타미 만사쿠는 유명한 영화감독. <국토무쌍>(1932)으로 이름을 날린 부친은 1930년대까지 일본을 대표하던 흥행 보증수표였다. 아들 이타미의 늦깎이 성공에는 영화적인 천재성과 피내림도 있는 셈이다.
두번째 작품 <담포포>(1986)가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죽은 남편의 가업을 이어받은 젊은 과부 담포포의 라면가게에 마당발에 마당혀를 가진 트럭 운전사가 등장해 죽어가는 식당을 되살려주고 떠난다는 내용으로, 서부 총잡이 영화를 일본 음식세계의 이야기로 치환한 ‘누들 웨스턴’. 일본 요식업계의 경쟁과 장인의식에다 섹스와 영화이야기를 고명처럼 얹어 영화 자체가 잘 끓여낸 요리 같은 느낌을 준다.
구로사와 이후 일 최고 감독 꼽혀
대부분 작품에 부인이 주연으로
그 뒤 여성 세무조사관과 탈세범과의 대결을 그린 <마루사의 여인>(1987), <마루사의 여인 2>(1988), 호텔운영을 둘러싼 야쿠자의 실상을 고발한 <민보의 여인>(1992), 대형 편의점들끼리의 경쟁과 그 문제점을 다룬 <슈퍼의 여인>(1996), 사이비 종교의 살인을 목격한 영화배우가 법정에서 증언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마루타이의 여인>(1997) 등 여인 시리즈를 잇달아 발표했다. 복덩이 여성(아게망)의 인생유전을 통해 일본의 남성사회를 엿본 <아게망>(1990)도 크게 보아 시리즈에 포함된다. 이들 작품은 탈세, 야쿠자, 사이비 종교, 정치 등 일본사회의 금기사항을 도발적이지만 코믹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이타미 스타일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그는 <민보의 여자>의 내용에 불만을 품은 일본 야쿠자한테서 심한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중환자>(1993)는 데뷔작 <장례식>과 흡사한 형식. 암에 걸린 영화감독 겸 배우가 병원에 입원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병원과 영화계의 명암을 그렸다. 특히 번뇌를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반야심경의 세계를 작품 전반에 녹임으로써 이타미 감독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13년 동안 10편의 작품을 만들면서 배우이자 재즈 가수인 아내 미야모토 노부코(65)를 거의 매번 주연으로 기용했다는 것. 영화를 연대순으로 감상하면 작품이 무르익는 동시에 아내의 늙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타미 감독은 64살인 1997년 말 자신의 불륜의혹에 대해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투신자살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시네마루 제공
반야심경 녹여낸 ‘중환자’ 눈길 이타미 주조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1984년으로 51살 때. 첫 작품인 <장례식>에서부터 히트를 치면서 일약 흥행감독으로 떠올랐다. <장례식>은 일본의 전통적인 장례 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가운데, 상주인 영화감독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위선과 가식을 드러낸 작품이다. 감독 데뷔작 <장례식>이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23년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영화의 문법을 두루 꿴 탓으로 보인다. 1960년 배우가 된 그는 1963년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북경의 55일>에서 일본군 지휘관인 시바 중사 역으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65년 <로드 짐>, 1967년 <일본군가고> 뒤 출연이 뜸하다가 감독 데뷔 한해 전인 1983년에 <세설>, <가족 게임>, <도망지도>, <선술집 초지> 등 4편의 영화에 출연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타미 주조 감독
대부분 작품에 부인이 주연으로
그 뒤 여성 세무조사관과 탈세범과의 대결을 그린 <마루사의 여인>(1987), <마루사의 여인 2>(1988), 호텔운영을 둘러싼 야쿠자의 실상을 고발한 <민보의 여인>(1992), 대형 편의점들끼리의 경쟁과 그 문제점을 다룬 <슈퍼의 여인>(1996), 사이비 종교의 살인을 목격한 영화배우가 법정에서 증언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마루타이의 여인>(1997) 등 여인 시리즈를 잇달아 발표했다. 복덩이 여성(아게망)의 인생유전을 통해 일본의 남성사회를 엿본 <아게망>(1990)도 크게 보아 시리즈에 포함된다. 이들 작품은 탈세, 야쿠자, 사이비 종교, 정치 등 일본사회의 금기사항을 도발적이지만 코믹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이타미 스타일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그는 <민보의 여자>의 내용에 불만을 품은 일본 야쿠자한테서 심한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중환자>(1993)는 데뷔작 <장례식>과 흡사한 형식. 암에 걸린 영화감독 겸 배우가 병원에 입원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병원과 영화계의 명암을 그렸다. 특히 번뇌를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반야심경의 세계를 작품 전반에 녹임으로써 이타미 감독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13년 동안 10편의 작품을 만들면서 배우이자 재즈 가수인 아내 미야모토 노부코(65)를 거의 매번 주연으로 기용했다는 것. 영화를 연대순으로 감상하면 작품이 무르익는 동시에 아내의 늙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타미 감독은 64살인 1997년 말 자신의 불륜의혹에 대해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투신자살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시네마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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