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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찌질해 보이나요? 구성은 최고인데요”

등록 2010-10-01 20:03수정 2010-10-03 15:05

이응일(33) 감독
이응일(33) 감독
2천만원짜리 SF영화 ‘불청객’ 이응일 감독
5년 동안 1인5역 외계인-실업자 혈투극 완성
“영화가 좀 찌질해 뵈죠? 돈이 적어 카메라도 작고 조명을 안 써서 그래요. 하지만 구성과 컴퓨터 그래픽, 배경음악은 최고예요.”

각본·연출·촬영·편집·컴퓨터그래픽까지 1인 5역으로 작품을 완성한 탓일까. 지난 30일 처음 만든 장편 <불청객>을 극장개봉한 이응일(33·사진) 감독은 대책 없을 만큼 자신감에 넘쳤다. 2천만원이란 턱없는 제작비로 장장 5년에 걸쳐 그 어렵다는 에스에프(SF) 장편을 만들어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찍는 데 500만원, 후반작업에 1500만원 들였다.

<불청객>은 인간의 수명을 강탈하는 우주악당 포인트맨한테 납치된 대졸 실업자 3명이 사투 끝에 집으로 무사귀환한다는 이야기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거칠지만 신선한 비주얼로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신림동 자취방에서 동고동락한 백수 3명이 부득이 헤어지면서 기념으로 단편 하나 찍어두자고 시작한 거예요.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죠.” 애초 20분짜리로 생각한 시나리오가 쓰다보니 중편으로 늘어났고, 가편집본을 본 부천영화제 쪽에서 틀어준다는 바람에 부랴부랴 후반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장편이 됐다.

컴퓨터그래픽이 무려 431컷 들어간 ‘토종 에스에프’. 만들어진 과정은 완전 석기시대급이다. 출연배우는 자취방 백수 3명이니 연기는 물론 생판 처음이고 무료다. 촬영장은 그들의 반지하 자취방 그대로. 가장 핵심적인 시각요소이자 캐릭터인 포인트맨, 즉 윤곽만 보이는 시커먼 구멍같은 모습은 감독 자신이 파랗게 물들인 내복에다 파란 수영모를 쓰고 얼굴·손 등 노출부위에 파란 물감을 칠해 연기한 뒤, 후반작업에서 파란색을 빼서 완성했다.


<불청객>
<불청객>
시지(CG) 작업도 생판 초보인 이 감독이 스스로 배워 40%를 소화해냈다. “잘 보면 알겠지만 피터 잭슨 감독의 <고무인간의 최후>에서 얼개와 인물, 비주얼, 에스에프 설정 등을 따왔어요. 그것을 한국의 상황에 맞추고 스케일을 더 키웠지요.”

과학고 출신인 그의 전공은 뜻밖에도 생물학. 그나마 영화동아리 ‘얄라셩’에서 양껏 노는 바람에 성적은 비 마이너스였다. 그뒤 한예종 등 각종 영화학교에서 여덟 차례나 낙방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돈없이도 제멋대로 만들 수 있는 야생성이 키워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재야 역사학자로 일가를 이룬 아버지 이이화씨의 기질을 받은 셈일까. “힘들 거라면서 걱정은 하셨지만 반대는 없었어요. 어머니와 함께 600만원을 지원해주시기도 했죠.”

그는 자기를 믿고 2, 3만원씩 도와준 35명 후원자들, 그중에도 무료 출연자들의 일당을 기록한 치부책을 잘 보관하고 있다. “본전은 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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