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울림과스밈] ‘그랑프리 실패’ 김태희에게는 ‘약’

등록 2010-10-05 09:27

김진철 기자
김진철 기자
운이 없는 걸까, 실력이 안 되는 걸까? 영화 <그랑프리>에서도 김태희의 ‘스크린 실패’가 이어졌다. 2006년 100억짜리 대작 <중천>이 150만명, 2007년 <싸움>이 38만명에 그쳐 절치부심 끝에 주연을 맡은 김태희의 세번째 영화 <그랑프리>는 16만명이 보고 스크린에서 내려졌다. 이쯤되면 ‘징크스’가 될 것도 같다. 지난해 티브이 드라마 <아이리스>로 ‘연기’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을 받은 뒤라 그 아픔은 자못 뼈저릴 것이다. 작년 말 <아이리스>로 케이비에스 연기 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을 때 김태희는 “연기자로서 비로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랑프리>는 사실 좀 안타깝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김태희의 연기만 놓고 보면 분명 일취월장했다. 어색한 표정과 몸짓은 제법 자연스러워졌고 연기 집중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순댓국을 퍼먹고 양동근의 입술을 물어뜯으며 기존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시도도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너무 기대하지 않고 보면 가족용 추석영화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들의 선택은 엄격했다.

영화의 문제를 논할 수는 있다. 무엇보다 김태희의 모습이 다채롭게 보일 만한 여지가 좁았다. ‘자, 여기서 실컷 놀아봐라’ 하고 김태희에게 내준 터가 별로 없었다. 아직 그의 연기에 대해 연출자가 불안해했을지도 모른다. 김태희의 얼굴을 흥행 요소로 적극 활용하되 부족한 연기는 최소화하자는 의도가 아닐까. 마사회가 든든한 투자자로 나서 흥행 부담이 덜했던 만큼 질주하는 말이 중점적으로 부각되면 ‘오케이’가 아니었을까.

단독 주연을 흔쾌히 받아들인 김태희의 계산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타협이라고나 할까. 불안한 이에겐 쉬운 길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세상 어디에 지름길이 있을리 없다. 좁고 험한 길로 가야 잘 걷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나영이나 전지현처럼 김태희 역시 출연작 없이도 훌륭한 외모 덕분에 광고 효과를 인정받는다. 외모로 나타난 모델이어도 몸값을 유지하려면 대중적 인기가 필수적이고 여기에 드라마나 영화가 이용된다. 주객과 본말이 전도된 모양새지만, 이런 광고와 미디어의 흐름을 당장 막아설 길은 없어 보인다.

‘출연작 없이도 유지되는 광고 효과’는 이런 광고 모델 출신 배우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독약일 수 있다. 숱한 광고들이 만들어놓은 화려한 이미지들은 배우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캡슐과도 같다. 연기 경험이 부족한데 연기력이 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현란한 광고 속 김태희에 익숙한 대중이 스크린에서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 보면 <그랑프리>의 실패는 김태희에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무참히 깨지고 부서지는 반복을 통해 새로운 그 무엇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버려야 얻는 것이 진실이라면 <그랑프리>는 배우 김태희에겐 쓰디쓴 보약일 수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