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신영균(82)씨
명보아트홀·제주영화박물관 쾌척
원로배우 신영균(82·사진)씨가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한다. 신씨는 자기 소유인 서울 중구 초동의 명보아트홀과 국내 최대 영화박물관인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을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의 공유재산으로 기증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500억원은 영화배우가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쾌척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3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진 신씨는 측근들한테도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5일 오후 5시 명보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산 기부 이유, 기부한 재산을 운영하는 방안 등 기부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날 회견에는 신씨를 비롯해 이덕화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정인엽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배우 안성기씨 그리고 신씨의 부인과 자녀도 참석한다.
명보아트홀은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중구 명동에 인접한 초동의 금싸라기 땅에 위치해 2004년까지 영화관으로 운용하다가 현재는 엠티브이·명보아트홀 등이 입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현 건물은 중견 건축가 김석철씨의 작품으로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신씨가 사재를 털어 1999년 설립한 신영영화박물관은 서귀포 해안 경승지 3만평 터에 세운 1천여평의 건물로 한국영화 100년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신혼부부 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필수 코스로 꼽혀 한해 10만여명이 찾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기부한 재산은 별도로 설립한 재단에 관리가 맡겨지며 아트홀은 임대기간이 4년 이상 남아 있어 운용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조긍하 감독의 <과부>(1960)로 영화계에 데뷔한 신씨는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1961), 이만희 감독의 <물레방아>(1966) 등 300여편의 작품에서 준수한 용모와 굵은 목소리로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3차례에 걸쳐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 대종상 공로상, 대한민국영화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신씨와 절친한 원로 김수용 감독은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이번 결정을 대환영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을 거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SBS프로덕션 대표이사, 제주방송 명예회장 등을 지냈으며 15·1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연합뉴스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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