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대출사회’ 꼬집은 코믹로맨스 영화
‘불량남녀’ 주연 맡은 배우 임창정
‘불량남녀’ 주연 맡은 배우 임창정
“빚 없는 사람은 이 영화 볼 자격이 없어요. 저도 빚이 있어 개봉되면 관객의 자리에서 영화를 볼 거예요.”
새 영화 <불량남녀>에서 엄지원과 함께 주연을 맡은 임창정은 4일 제작발표회에서 이달 말까지 채무의 3분의 1을 갚았지만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신용불량 형사와 성격불량의 빚 독촉 전문가의 코믹 로맨스. 강력계 형사 방극현(임창정)이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면서 알게 된 상큼한 여자 김무령(엄지원)이 알고 보니 30분마다 전화로 빚 독촉을 해대던 카드회사 독종 여직원이었다는 것. 잠복근무 중 걸려온 벨 소리 때문에 일을 망치고, 경찰서까지 찾아와 깽판을 치는 통에 체통을 잃은 방 형사는 독종 여직원과 일대일로 만나 채무를 해결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애정이 싹트게 된다.
지금까지 우연히 큰돈을 습득한 고고생 3명의 모험담을 그린 <일단 뛰어>, 힘들게 모은 여행자금을 은행강도한테 빼앗긴 세 노파가 은행을 턴다는 내용의 <육혈포 강도단> 등 돈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지만 빚을 소재로 한 영화는 흔치 않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빚을 지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의 공감대는 적지 않을 것 같다. 신근호 감독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해 대사가 무척 사실적이라고 한다. 신 감독은 얼마 전까지 빚독촉을 피해 별도의 비공개 사무실을 썼을 정도.
임창정은 “<불량남녀>는 코믹 영화지만 시대를 대변하는 심도 깊은 사회극이기도 하다”며 “빚뿐 아니라 ‘현피’를 소재로 한 거라 시나리오를 읽고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현피’는 온라인상의 다툼이 실제 폭행이나 보복으로 이어지는 사건을 이르는 속어. “온라인에서 극한감정에 이르러 나쁘게 생각한 사람을 만나고 보니 착하고 인간다워 사랑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스카우트>(2007)에서 엄지원과 콤비를 맞췄던 그는 흥행 실패 뒤 함께 술 한잔 하며 억울해서 안 되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엄지원과 다시 짝이 된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스카우트>는 나의 영화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이런 것을 다시 찍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애석해하면서 “흥행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코믹 연기에 대해 묻자 명확한 연기관을 털어놨다. “제가 웃길 수 있는 건 시나리오가 웃겨서 그렇습니다. 관객이 돈 내고 보면서 (일시적인 웃음에 그치는) 코믹 버라이어티를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가 얼핏 보아 슬랩스틱과 과장된 웃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화를 다시 보면 안 웃기는 것을 웃기려 오버하지 않습니다. 웃기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까 진지하게 파악해서 연기하는 거죠. 웃음은 상황이 자기 삶과 닮았다고 느낄 때 나옵니다. 장난기나 애드리브가 없지 않지만 진짜 웃음의 비결은 리얼리티입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레몬트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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