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니와 바이크맨’
‘미니와 바이크맨’ 등 12편 첫선 흔들림 단점 색다름으로 전환
이준익 감독 “재밌는 놀이니 많이 해 보시라”
이준익 감독 “재밌는 놀이니 많이 해 보시라”
스마트폰은 카메라로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작고 가벼운 장점은 손떨림이 크고 줌 기능이 없으며 색감도 거친 것으로 드러난다. 그것을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바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성이다.
아이폰4로 찍은 3~8분대 영화를 보고 든 첫 느낌은 ‘어? 괜찮다!’ 6일 광화문 케이티올레스퀘어에서 첫선을 보인 12편의 ‘아이폰영화’는 소규모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해상도 720으로 화질도 나쁘지 않은데다 영화감독들이 찍었으니 그럴 만하지만, 스마트폰만이 열어줄 수 있는 지평을 보여준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가벼움을 최대한 이용한 점이다. 강변 자전거길에서 만난 소년소녀의 사랑을 그린 <그녀에게 장미를>(감독 윤종석)은 자전거 핸들에 카메라를 달아 달릴 때의 시원한 느낌과 스치는 표정을 담았다. 진열대 위의 장난감 인형의 가출을 따라간 <미니와 바이크맨>(감독 정윤철)은 아스팔트 바닥, 산꼭대기, 바다 등 현장촬영이 자유로웠다. 무게의 가벼움은 주제의 가벼움과도 통하는 걸까. 아이폰에 표면보호 필름을 붙일 때 자칫 들어가기 쉬운 기포를 소재로 한 <슈퍼덕후>, 이웃 테이블 훈남과의 짧은 몽상을 좇아간 <맛있는 상상>(감독 봉만대), 저녁 하굣길 소녀의 심상을 표현한 <지상의 밤>(감독 김지용)은 유쾌하다.
도촬(몰래 찍기), 자촬(스스로 찍기)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영화 로케이션 촬영장의 소소하고 사적인 풍경을 찍은 <페이시스 플레이스>(감독 김병서)는 카메라를 깊이 들이밀어 은밀함을 잡아내고, 혼자 사는 이십대 여성의 카메라놀이인 <세로본능>(감독 이호재), 이준익 감독이 온종일 방안에서 뒹굴거리는 모양을 잡은 <농반진반>(감독 정정훈)은 상당 부분 셀카로 찍음으로써 코앞에까지 들이민다거나, 큰 카메라, 많은 스태프일 때는 도저히 보여주기 힘든 사적인 시간을 개방했다.
단점인 흔들림을 적극 수용해 색다른 느낌으로 승화한 것도 신선하다. <페이시스 플레이스>는 ‘카메라가 손안에 듦’을 사적임과 소소함으로 치환했고 <오리진>(감독 이현하)과 <미니와 바이크맨>은 핸드헬드의 떨림을 현장감으로 바꿔놓았다.
<좀비헌터>(홍원기), <뱅>(감독 조용규), 또다른 <뱅>(감독 홍경표)은 흔들림 방지장치를 이용하면 기성 카메라찍기와 흡사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준익 감독은 “스마트폰은 관객을 감독 또는 배우로 만들 수 있다”며 “재밌는 놀이니 많이 해 보시라”고 말했다. 세로본능에서 연기한 김혜지씨는 “보통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해야 자연스런 연기가 나오는데, 스마트폰은 작아서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더라”고 했다.
아이폰영화 12편은 9~31일 광화문 올레스퀘어 상영관에서 열리는 ‘아이폰 4 필름페스티벌’과 행사 누리집(www.iphone4filmfestival.co.kr),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왼쪽부터 ‘농반진반’의 한 장면. 봉만대 감독의 ‘맛있는 상상’ 촬영 현장 모습.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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