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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천천히 자신을 되새겨 보세요, 소처럼

등록 2010-10-11 19:54

새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새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새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시인인 한 시골 노총각이 차에 몰래 소를 싣고 집을 떠난다. 아버지가 힘들게 소로 농사를 짓는 게 못마땅했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도 지겨웠다. 시를 끄적인다지만 잘 풀리지 않는 인생도 따분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 말없는 소를 팔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남편과 사별한 옛 여자친구, 맙소사란 희한한 이름의 절의 주지 스님 등을 만나면서 황당하고 엉뚱한 에피소드들이 벌어진다.

소 팔러 나선 노총각 시인과
옛 연인의 우여곡절 로드무비
“여행 통해 본성찾는 이야기”

임순례 감독의 새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김도연 작가의 같은 이름 소설이 원작이다. 소와 함께하는 여행 자체가 도를 닦는 과정이다. 십우도를 연상케 하는 불교적 세계관이 밝은 톤으로 그려졌다. 옛 연인과의 재회,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게 되는 깨달음 등이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소개됐다. 주인공인 소 ‘먹보’는 놔두고 연출자 임순례 감독과 주연 배우 김영필, 공효진이 부산을 찾아왔다. 임 감독은 “왜 소를 다룬 영화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불교에서 소는 깨끗함의 상징”이라며 “이 영화는 내 본성을 찾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평소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데 별 관심이 없었던 임 감독이 이 소설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히 택시 안에서 들은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였다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으로 뽑혀 지원금 4억원을 받았고, 제작비로 8억원을 썼다. 요즘 영화들 예산과 비교하면 임 감독 말대로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다. 소가 나오고 로드무비라는 점 때문에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공효진, 김영필이 굉장히 적은 돈을 받고 출연했고 영화 규모도 줄였어요. 돈을 안 들이고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원작 소설과 달리 시각적인 부분을 많이 배제했죠. 그래서 영화적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돈이 있었다면 미술적인 부분과 컴퓨터그래픽 몇 장면을 더 넣었을 거예요.”


새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새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소를 캐스팅하는 것은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한다. “소가 많지만 실제 촬영에 쓸 만한 소는 별로 없어요. 할리우드처럼 소 여러 마리로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신히 한 마리 구했는데 촬영 때 되새김질을 많이 해 힘들긴 했지만 드라마와 사극에 많이 나왔던 소여서 걱정 없이 촬영할 수 있었어요. 고생은 했어도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더 만들고 싶은 욕심은 나네요.”

그는 채식주의자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의 대표이기도 한데, 다음 영화도 동물이 소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원하는 옴니버스 영화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가제)을 송일곤, 박흥식, 오점균 감독과 함께 만든다.

소와 함께 여행을 하는 주인공 선호는 연극배우 출신 김영필이 맡았다. 그는 “연극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할 때 감독님이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소 엉덩이가 민감한데 한번 만졌다가 뒷발굽에 차여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옛 남자친구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자로 나온 공효진은 “작은 역할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저보다는 소가 많이 나오고, 소보다는 남자 주인공이 많이 나와요.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지만, 차분한 역할이어서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부산/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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