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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사람] 영화 만들 때 충분히 즐겨…다시 안 본다

등록 2010-10-12 18:06수정 2010-10-13 10:13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프랑코 정권에선 폭정 비판
80년대 이후 예술영화 전환
“나이? 매순간 감사히 생각”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페인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내 작품은 현실 참여가 아니라 동반자적이다. 지금껏 영화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때문이다.”

1960~70년대 <부랑자들> <사냥> <얼음이 박힌 박하> <기쁨의 정원> 등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정권의 폭정 같은 사회비판적인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온 카를로스 사우라(78·사진) 감독.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오페라영화 <돈 조반니>를 연출한 그가 ‘마스터 클래스’에 초청받아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자신이 좌파이기는 하지만 정당 가입 등 직접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것이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했다.

그의 영화 인생은 시작부터 평탄치 않았다. 60년 첫 장편 <부랑자들>이 15분가량 삭제된 것. 하지만 칸과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외국에서 주목해준 덕분에,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평생 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오히려 정부로부터 직접 박해를 받은 적은 없었다면서 “매를 많이 맞은 아이가 꼭 잘되라는 법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스페인은 세르반테스처럼 사회적인 제재 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풀어내는 전통이 있다. 프랑코 정권하에서 어려움을 피하기로는 국외로 나가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지만 나는 스페인에 남아 하고픈 얘기를 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는 80년대 이후 <피의 결혼식> <카르멘> <마법사를 사랑하라> <탱고> <보르도의 고야> 등 춤·회화·음악 등 예술을 소재로 한 영화들로 방향을 튼다. 프랑코 사망 뒤 반정부적인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좀더 자유로운 실험을 위해서였다. “예술 자체보다는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창작되는지에 초점을 두고자”라고 밝힌 그는 “<돈 조반니> 역시 모차르트와 로렌초 다폰테가 만나 어떻게 오페라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허구적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라 감독은 자기가 만든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을 만들 때 모든 것을 느끼고 모든 것을 즐긴다. 만들고 나면 관심이 없다. 제작자와 계약서를 쓸 때 완성 뒤 작품과 관련해 다시 연락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삽입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노감독은 나이를 언급하자 불편해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매 순간 만족하면서 산다.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생각이 아니었으면 영화를 못 만들었을 거고,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거다. 매번 영화를 완성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마치 선물받은 기분이다.”

부산/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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