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
재일동포 감독의 ‘엄마…’ 주연
재일동포 감독의 ‘엄마…’ 주연
“나는 대단히 어리광 피우는 딸이다. 힘들 때 전화해서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12일 부산에서 만난 일본 여배우 미야자키 아오이(25·사진)는 <소라닌>, <어둠의 아이들> 등에서 보여준 시억시억한 배역과 달리 말투가 무척 조용했다. 그는 그가 출연한 <엄마 시집보내기>(감독 오미보)가 초청돼 부산영화제에 왔다.
<엄마 시집보내기>는 재일동포 감독 오미보씨의 두번째 장편. 나이 든 엄마가 서른살 노랑머리 총각과 결혼선언을 하면서 딸을 위해 지난 25년간 홀몸으로 살아온 엄마, 옛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엄마한테 의지하며 사는 딸 수키, 할머니의 죽음 이후 갈 곳을 잃은 요리사 켄, 혼자 사는 집주인과 엄마가 일하는 병원의 의사 등 가까이 있지만 멀리 지내던 사람들이 가족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그렸다.
“엄마는 크고 강해서 엄마를 못 넘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엄마처럼 되겠다는 게 나의 꿈이다.”
미야자키는 극중 모녀가 별 얘기도 하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리는 등 이해하기 힘든 관계라서 연기하기 힘들었다며 작품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미야자키는 2001년 중3 때 출연한 첫 영화 <유레카>(아오야마 신지 감독)부터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상과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도 상복은 이어져 <해충>(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으로 낭트 삼대륙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뒤 <김미-헤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좋아해>, <첫사랑>,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등의 감독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유명배우가 됐다. 한·일 영화 <첫 눈>에 이준기와 함께 출연하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가장 맘에 드는 영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중3 때 <유레카>에 출연해 어른들 틈에서 연기했는데, 배우·감독 등 영화인들이 소년처럼 천진스러워 영화가 좋아졌다”며 데뷔작을 꼽았다.
그가 일찍이 영화에 발을 디딘 것은 오빠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두살 터울의 오빠 미야자키 마사루는 동생의 데뷔작 <유레카>에도 함께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영화의 감독 “오미보씨를 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그의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그의 이름이 써 있어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감독, 배우 중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지 “에~”라고 한참 끌었고 극중 엄마로 출연한 옆자리의 오타케 시노부가 소지섭, 대장금 출연배우 등을 꼽았다.
오미보 감독이 이상한 가족을 소재로 한 것은 두번째. 첫 장편 <사카이 가족의 행복>은 아버지의 가출을 계기로 멀쩡해 보이는 가족의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 오 감독은 “‘혹시 가족에게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원작 대사 중 “시간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 그것을 이어가는 것이 사랑이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맺혀 영화화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밥 먹는 장면이 많은 것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를 보면 그 사람 또는 가족관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산/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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