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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같은 현실…“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등록 2010-10-13 20:04수정 2010-10-14 09:01

영화같은 현실…“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영화같은 현실…“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서울 등촌동 아파트 주민들
단편영화 ‘오디션’ 직접 출연
‘생활문화공동체 사업’ 결실
20대 청년 창욱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임대아파트에 산다. 그에게 시급한 것은 아파트 임대차 보증금이다. 함께 살던 홀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창욱은 성인이 되면서 기초생활 수급자 혜택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수의 꿈을 가슴 한편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단편 영화 <오디션>은 현실이다. 주인공 권창욱(24)씨를 비롯해 출연자 40여명이 모두 등촌동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다. 실제로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이 뽑혔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 말까지 지역 사전조사를 거쳐 주민 배우를 인터뷰하고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 70대 할머니부터 초등학생까지 모두들 열심히 참여했고 몸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워크숍도 여러번 했다.

그 결과 22분짜리 영화가 만들어졌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단편 쇼케이스 부문을 통해 소개됐다. 앞서 인디포럼과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도 상영됐다. 제작비 1500만원짜리 저렴한 독립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첫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 덕분이었다.

기획과 진행은 예술가 모임인 ‘보통미술 잇다’가 맡았다. 첫 영화였기에 영화 전문가로 김민경 감독이 연출에 나섰고 제작 스태프들도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김민경 감독은 “주민 배우들이 얘기하고 싶은 게 매우 많았고 그래서 한달간 얘기를 함께 나누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개인사를 다 털어놓고 싶어했죠. 참여했던 주민들이 처음엔 낯설어하다가 영화 작업을 하면서는 굉장히 좋아하고 열심히 참여했어요.”

이렇게 해서 주인공으로 권창욱씨가 뽑혔다. 김 감독은 “창욱씨를 통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얘기들이 많아서” 주인공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창욱씨는 18살 때부터 댄스가수를 꿈꿔왔다. 각종 무대에 찾아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따라하며 익혔다. 오디션도 많이 봤다. 다 떨어졌지만.

꿈도 생활도 손에 잡히지 않던 터에 이 프로젝트를 만났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친구들과 동네 어른들께 (오디션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따라갔는데, 노래와 춤밖에 보여줄 게 없더라고요. 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죠.” 창욱씨는 수줍게 웃었다. “내 인생은 늘 들러리였고 주인공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오디션>을 거치며 창욱씨는 달라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신 영화제작 조명 스태프로 전업했고 댄스가수의 꿈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영화 찍고 저도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했어요. 영화할 때 <슈퍼스타케이>가 막 시작할 때였는데 저도 꼭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졌어요. 모든 걸 다 잡고 있었는데 이젠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등촌동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영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또다른 옴니버스 영화 <7개의 방>(가제)이 후반작업 중이다. 이번엔 주민들이 연출까지 맡았다. 김민경 감독은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주민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옆에서 지지해주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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