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탐욕 전형 ‘리먼 사태’ 다뤄
“위기 확산 언론·인터넷 책임 커”
“위기 확산 언론·인터넷 책임 커”
‘월스트리트’ 속편 부산영화제에 선보인 올리버 스톤 감독
“레이건, 부시 행정부를 거쳐 시장만능주의 시대가 되면서 무절제와 탐욕이 기승을 부리고 이로 인해 네차례 버블이 생기고 꺼지면서 전 세계가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분명히 악당이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감옥에 간 사람도 없다.”
<월스트리트>(1987) 이후 23년만에 만든 속편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를 21일 국내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올리버 스톤(64·사진) 감독은 14일 오후 부산의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속편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전편 <월스트리트>가 19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정크 본드 내부자 거래’에서 모티브를 따와 자본 뒤에 도사린 인간들의 탐욕과 머니 게임에 휘말린 사람들의 파탄을 담았다면, 속편은 2008년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트린 미국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즉 네번째 버블을 축으로 삼았다. 이 사건은 파생금융상품의 파산위험성을 숨긴 채 계속 팔아 수익만 챙기고 빠진 월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영화는 전편의 주인공 고든 게코가 8년간 복역을 마치고 출감하는 데서 시작한다. 게코는 딸 위니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의 약혼남 제이콥에 접근하고 제이콥은 게코의 힘을 빌어 자신의 스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한테 복수를 시도한다. 최근 후두암 투병으로 머리가 듬성해진 마이클 더글러스가 전편에 이어 주연을 맡았다.
“2000년부터 경제가 상승곡선을 그릴 때 주류언론은 경제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했으며 2008년 거품이 붕괴되자 비로소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언론을 비판한데 이어 인터넷과 트위터의 부작용도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거짓루머로 인해 회사가 하루 아침에 도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 루머는 텔레비전에 의해 전파되고 인터넷과 트위터에 의해 급속히 확산된다. 그 영향은 엄청난 데 비해 책임과 절제에 관해서는 모든 게 회색이고 애매모호하다.”
그는 “삶은 계속된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이 영화의 끝에 또 다른 버블이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월스트리트’ 3편을 만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며 안정된 은행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은 크기와 그 자원에 비해 놀라운 경제를 이룩했다면서 한국은 미국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버 스톤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플래툰>이 큰 인기와 함께 아카데미상까지 받으며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일부 비평가들은 베트남전이나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한 작품 외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특히 60년대에 사로잡힌 과거의 거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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