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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옛 애인과 이만원 사이 ‘찌질한’ 남자의 이분

등록 2010-10-16 15:02

독립영화 ‘이분의 일’ 포스터. 인사이드피플 제공
독립영화 ‘이분의 일’ 포스터. 인사이드피플 제공
[독립영화관 29회] ‘이분의 일’
횡단보도 신호대기 2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줄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남자, 재수 없게 신발에 껌이 붙어 신호를 놓친다. 순간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돈을 흘린다. 아무도 보지 못 했다. 껌을 떼던 남자는 아주머니 옆으로 다가가 슬쩍 돈을 밟는다. 아주머니가 떠나기만을 기다린다. 버스는 오지 않고 아주머니도 떠나지 않는다. 보행자 신호는 바뀌었지만, 남자도 떠나지 못한다. 그 때 낯익은 옛 연인이 남자 옆에 다가온다. 남자의 갈등이 시작된다.

[연출의도] 고민이 너무 많은 남자.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는 남자. 자꾸 약해지는 요즘 우리 세대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요즘 ‘88만원세대’니 뭐니 말이 많다. 사회적인 풍자나 비판을 위한 단편영화가 아니라 그 세대에 속해 버린 내가 그저 내 얘기를, 약해지는 우리들의 얘기를 표현한 영화일 뿐이다. 신호등에서 멍하니 서서 고민만 하는 남자의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닐지? 모든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세상을 뚫고 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주변 탓이라 돌릴 수도 없이 안타까운 우리들의 모습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이분의 일’ 신승환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이분의 일’ 신승환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독립영화 ‘이분의 일’ 신승환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거리 촬영이 인원 통제나 사운드 문제 등으로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 중 힘든 일은 없었나요?
“제대로 갖춰진 상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어서 도와주러 온 친구들과 스탭들이 고생이 많았어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 분주한 출근길의 모습과 북적이는 사람들 모습이 영화 속에 잘 묻어날 것 같아 통제를 하기보다는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서, 숨어 찍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오히려 엑스트라로 활용해 찍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자꾸 떨어진 돈을 주워 가 당황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운드는 당일 붐 마이크가 고장 나서 카메라 내장 마이크를 이용했는데요, 후반작업에서 다시 만지느라 고생도 많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남자가 계속해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화 속 남자는 고민만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 우리 세대의 모습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민만 하고 있는 모습을 쓸데없는 확률이나 통계를 혼자 생각하는 모습으로 표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용상 옛 연인인 여자와의 관계로 보자면,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남자의 자기변명이기도 하지요.”

-옛 연인을 외면하는 남자의 심리는 단순히 발밑의 돈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망설임도 포함되어 있었던 걸 까요?
“친구를 통해 들었던 얘긴 중에, 한 남자가 정말 짝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결국 고백도 못하고 상황이 끝나버렸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서 그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고 청첩장을 받았는데, 정말 축하해 주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도 싶었지만 축의금 3만원이 당장에 아쉬워 결혼식장을 안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남자가 좀 ‘찌질’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짠하기도 했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남자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 ‘이분의 일’ 갈무리.
독립영화 ‘이분의 일’ 갈무리.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략히 정리해 주신 다면요?
“영화를 만들 당시도 그랬고, 아직까지도 그렇지만 곧 서른을 바라보는 우리 또래들에게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고민도 많은 시기인 것 같고요. 취업이나, 이성교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경쟁의 피곤함…. 영화 속 남자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우리가 겪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본 사람들이 공감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웃음과 위로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힘들 때 어떤 이의 조언이나 설명보다 그냥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구나’ ‘나만 찌질하고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 의도대로 다 전달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영상․글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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