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이분의 일’ 포스터. 인사이드피플 제공
[독립영화관 29회] ‘이분의 일’
횡단보도 신호대기 2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횡단보도 신호대기 2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줄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남자, 재수 없게 신발에 껌이 붙어 신호를 놓친다. 순간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돈을 흘린다. 아무도 보지 못 했다. 껌을 떼던 남자는 아주머니 옆으로 다가가 슬쩍 돈을 밟는다. 아주머니가 떠나기만을 기다린다. 버스는 오지 않고 아주머니도 떠나지 않는다. 보행자 신호는 바뀌었지만, 남자도 떠나지 못한다. 그 때 낯익은 옛 연인이 남자 옆에 다가온다. 남자의 갈등이 시작된다.
[연출의도] 고민이 너무 많은 남자.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는 남자. 자꾸 약해지는 요즘 우리 세대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요즘 ‘88만원세대’니 뭐니 말이 많다. 사회적인 풍자나 비판을 위한 단편영화가 아니라 그 세대에 속해 버린 내가 그저 내 얘기를, 약해지는 우리들의 얘기를 표현한 영화일 뿐이다. 신호등에서 멍하니 서서 고민만 하는 남자의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닐지? 모든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세상을 뚫고 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주변 탓이라 돌릴 수도 없이 안타까운 우리들의 모습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이분의 일’ 신승환 감독 인터뷰
-거리 촬영이 인원 통제나 사운드 문제 등으로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 중 힘든 일은 없었나요?
“제대로 갖춰진 상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어서 도와주러 온 친구들과 스탭들이 고생이 많았어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 분주한 출근길의 모습과 북적이는 사람들 모습이 영화 속에 잘 묻어날 것 같아 통제를 하기보다는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서, 숨어 찍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오히려 엑스트라로 활용해 찍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자꾸 떨어진 돈을 주워 가 당황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운드는 당일 붐 마이크가 고장 나서 카메라 내장 마이크를 이용했는데요, 후반작업에서 다시 만지느라 고생도 많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남자가 계속해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화 속 남자는 고민만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 우리 세대의 모습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민만 하고 있는 모습을 쓸데없는 확률이나 통계를 혼자 생각하는 모습으로 표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용상 옛 연인인 여자와의 관계로 보자면,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남자의 자기변명이기도 하지요.” -옛 연인을 외면하는 남자의 심리는 단순히 발밑의 돈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망설임도 포함되어 있었던 걸 까요?
“친구를 통해 들었던 얘긴 중에, 한 남자가 정말 짝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결국 고백도 못하고 상황이 끝나버렸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서 그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고 청첩장을 받았는데, 정말 축하해 주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도 싶었지만 축의금 3만원이 당장에 아쉬워 결혼식장을 안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남자가 좀 ‘찌질’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짠하기도 했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남자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략히 정리해 주신 다면요?
“영화를 만들 당시도 그랬고, 아직까지도 그렇지만 곧 서른을 바라보는 우리 또래들에게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고민도 많은 시기인 것 같고요. 취업이나, 이성교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경쟁의 피곤함…. 영화 속 남자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우리가 겪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본 사람들이 공감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웃음과 위로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힘들 때 어떤 이의 조언이나 설명보다 그냥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구나’ ‘나만 찌질하고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 의도대로 다 전달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영상․글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이분의 일’ 신승환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이분의 일’ 신승환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제대로 갖춰진 상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어서 도와주러 온 친구들과 스탭들이 고생이 많았어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 분주한 출근길의 모습과 북적이는 사람들 모습이 영화 속에 잘 묻어날 것 같아 통제를 하기보다는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서, 숨어 찍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오히려 엑스트라로 활용해 찍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자꾸 떨어진 돈을 주워 가 당황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운드는 당일 붐 마이크가 고장 나서 카메라 내장 마이크를 이용했는데요, 후반작업에서 다시 만지느라 고생도 많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남자가 계속해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화 속 남자는 고민만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 우리 세대의 모습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민만 하고 있는 모습을 쓸데없는 확률이나 통계를 혼자 생각하는 모습으로 표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용상 옛 연인인 여자와의 관계로 보자면,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남자의 자기변명이기도 하지요.” -옛 연인을 외면하는 남자의 심리는 단순히 발밑의 돈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망설임도 포함되어 있었던 걸 까요?
“친구를 통해 들었던 얘긴 중에, 한 남자가 정말 짝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결국 고백도 못하고 상황이 끝나버렸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서 그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고 청첩장을 받았는데, 정말 축하해 주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도 싶었지만 축의금 3만원이 당장에 아쉬워 결혼식장을 안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남자가 좀 ‘찌질’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짠하기도 했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남자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 ‘이분의 일’ 갈무리.
“영화를 만들 당시도 그랬고, 아직까지도 그렇지만 곧 서른을 바라보는 우리 또래들에게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고민도 많은 시기인 것 같고요. 취업이나, 이성교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경쟁의 피곤함…. 영화 속 남자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우리가 겪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본 사람들이 공감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웃음과 위로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힘들 때 어떤 이의 조언이나 설명보다 그냥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구나’ ‘나만 찌질하고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 의도대로 다 전달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영상․글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