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
검사와 경찰한테는 인신구속, 압수수색 권한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몽둥이와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들의 폭력은 합법화돼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직무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며(검찰청법 제4조) 경찰의 직권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류승완 감독의 신작 <부당거래>를 보면, 검찰과 경찰이 공공성을 잃었을 때 귀결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그 모습이 늘 보아왔으며 으레 그러려니 여겼다는 점. 그래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계속 헛다리를 짚고 전국이 끓어오르면서 대통령까지 행차해 범인 검거를 독려한다.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의 실수로 ‘망실’되자 수뇌부는 가짜범인을 만들어내기로 하고 더러운 일의 연출자로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를 지목한다. 경찰대 출신이 아닌 그한테 승진은 좋은 미끼였고 수뇌부로서는 여차하면 미련 없이 쳐낼 수 있는 비주류였기 때문. 최철기는 자신의 스폰서인 부동산 업계 큰손 장석구(유해진)를 이용해 ‘배우’를 내세움으로써 사건을 정리한다. 검찰로 송치되어 마무리되는 듯하는데, 마침 최철기와 관계가 껄끄러운 검사 주양(류승범)이 사건을 맡으면서 꼬인다.
주양 역시 또다른 부동산 큰손 김 회장을 스폰서로 잡고 있는데, 두 스폰서들이 엄청난 개발이권을 둘러싸고 경쟁관계였던 것. 자신의 돈줄인 김 회장이 최철기에 의해 구속된 바 있는 주양은 사건이 석연치 않음을 눈치채고 최철기한테 모종의 거래를 제안한다.
영화는 선악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최철기나 주양은 선인도 악인도 아닌 그냥 대한민국 경찰이고 검사다. 법에 의해 직권을 위임받은 국가기구라지만 그들은 통상 법 아래에 있는 보통사람과 달리 법 위에, 적어도 법 옆에 있는 사람이다. 부동산 업자와는 더러운 돈과 편의를 주고받는 공생관계이면서도 법적인 존재인 자신들한테 대놓고 기어오르는 것은 못 견뎌한다.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에 의해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공소제기를 검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를 악용해 주양은 최철기한테 거래를 제안하지만 최철기가 이를 거절하면서 검사와 경찰 패거리의 기싸움 국면으로 변하게 되는 것. 최철기는 주양의 약점을 쥐고 있어 자신만만하지만 털어 먼지 안 나느냐며 주양 패거리가 최철기의 주변을 샅샅이 훑는다. 먹이사슬의 아랫것이 어쩌겠는가? 결국 최철기는 요정에서 벌거벗은 채 주양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영화는 검사의 특별한 점에 주목한다. 사건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주양과 부동산 업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지지만 그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특별한 장인’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고, 더 큰 사건을 터뜨려 묻으면 그만이다”라고 말한다. 검사의 눈치 보기 대상은 ‘윗분’뿐이다. 감독의 눈에 언론도 시답잖다. 술대접 한번 받고 검사가 던져주는 국면전환용 기삿거리를 콱 무는 개.
마지막 장면이 검찰청 옥상에 걸린 서울시내 전경인 점이 시사적이다. 영화를 보고 불편해할 사람들이 꽤 있지 싶다. 2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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