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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전문용어·기술자 와글 “입체감 살려라”

등록 2010-11-01 09:59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크랭크인
300kg급 카메라·백라이트에
스토리 라인·소품 3D용으로
찍고 확인하며 수시로 변경

[1]

1200여년 전 가야 지방의 고즈넉한 물가.

우륵의 스승 상부가 낚시를 드리우고 찌를 바라보고 있다. 이때 우륵이 보자기에 싼 현악기 쟁을 들고 다가와 상부의 옆에 앉는다.

상부: “네가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우륵: “붕어 한마리 못 잡은 스승님 낚싯대보다 나을 듯합니다만….”

상부: “그럼 이걸로 물고기 한번 잡아볼까?”

우륵: “제가 이걸로 불러볼까요?”


상부: “해봐라, 이놈아! 그러면 내가 고놈을 춤추게 할 것이다. 어떠냐! 할 수 있겠냐?”

[2]

지난 25일 오전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 저수지.

수염이 거뭇한 이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반원을 그리고 있다.

흰 수염: “컨버전스를 어디에 줄지 고민해 봐. 앞쪽으로 튀어나와야 입체감이 좋거든.”

검은 수염: “뒤로도 입체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흰 수염: “입체가 살도록 레이어 신경 쓰고.”

검은 수염: “정적인 장면일 때는 IO값을 적게 줘도 됩니다.”

흰 수염: “옵션을 갖고 시작해 보자. 후반작업에서 컨버전스를 옮기는 게 가능하지?”

검은 수염: “네.”

흰 수염: “액션은 크지 않게 하고. 자! 시작해 볼까?”

[3]

김훈의 같은 이름 소설이 원작인 100% 3디(3D) 영화 <현의 노래> 크랭크인 현장.

‘흰 수염’은 얼마 전 개봉한 <나탈리>에서 3디(3D) 실험을 마친 주경중 감독, ‘검은 수염’은 입체영상 촬영 전문가인 스테레오그래퍼와 주 감독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맡은 김형협 코디네이터다. 이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오가는 컨버전스(스크린에 입체상이 맺히는 기준점), IO값(두 카메라 사이의 거리) 등 전문용어들은 몇달 전까지만 해도 아주 생소하던 것들이다. 이날 신은 ‘#27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부와 우륵’. 상부는 신구, 우륵은 이성재가 맡았다. 5분 남짓의 이 장면은 10시쯤에 시작해 2시간 반을 훨씬 넘겨서야 오케이 사인이 났다.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주경중 감독. “비교적 부담없는 신으로 첫 촬영을 잡았다. <나탈리> 경험이 있지만 새로 합류한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촬영 장소가 바뀌었다. 애초 예정지인 주산지에 가보니 200~300㎏ 나가는 3디 카메라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더라. 3디 영화는 카메라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로케이션 장소, 조명, 색채, 소품, 세트 모든 게 다 바뀌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이야기 구성의 변화다. A-B-C 순서에 맞춰 몇가지 코드를 조합하는 2디 영화 방식과 달라야 한다. 3디 효과도 시나리오의 플롯처럼 기승전결 구조를 띠어야 하는 만큼, 두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면서 리드미컬하게 스토리를 짜야 한다.”

[4]

반곡지 뗏목 위. 1×1×3m 크기의 스티로폼 10여개를 묶은 뗏목은 촬영, 조명장비와 함께 스태프까지 옮겨 타면서 일렁거렸고 촬영 내내 무척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세 겹의 레이어를 위해 상부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뒤쪽에 당나귀를 매었다. 선명한 녹색 배경을 위해 둑 위 잔디에 물을 뿌리는 제작진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강한빛 촬영감독. “수평, 수직 방식의 3디리그 두 세트에 렌즈도 망원, 광각 두 세트를 갖췄다. 클로즈업, 버스트샷에 유리한 직교방식은 근접촬영에, 카메라 간 거리가 더 벌어지는 수평방식은 다이내믹한 전투신이나 춤 장면 촬영에 쓰일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스테레오그래퍼, 색보정, 리그기술자 셋을 초빙했다. 이들은 <아바타>가 3디를 이용한 미래로의 여행인 데 반해 <현의 노래>가 과거로의 여행인 점에서 흔쾌히 응했다. 원격조정이 가능한 테크노 크레인도 중국, 호주, 미국에 수배해 놓고 있다. <나탈리>를 찍으면서 준비작업이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촬영에 앞서 주요 스태프가 모여 3디 효과 극대화를 위한 의견을 모으고 그 결과를 공유하지 않으면 힘들다.”

[5]

둑 위.

뒤쪽에 높이 설치한 대형 조명은 전체를 밝혔고, 낚시터 옆에 둔 또다른 조명은 수면에 쏴 물에 반사한 빛으로써 두 등장인물의 입체감을 높였다.

김바다 조명감독. “18㎾급 HMT 라이트 2대와 작은 것 여럿을 갖췄다. 깊이감을 위해 측광과 역광에 신경을 쓴다. 특히 백라이트가 필수적이다. 밤 장면 조명은 기존 2디와 상당히 다르다. 화면의 뒤까지 디테일이 보여야 한다는 조건은 낮 장면과 차이가 없다. 그래서 전체 조명을 밝힌 뒤 보조조명을 통해 입체감을 살리면서 다른 조건을 통해 시간대가 밤임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한국 첫 100% 3D 영화 ‘현의 노래’
[6]

지선버스가 지나는 도로변 봉고차 앞.

우륵(이성재)을 위해 붉은색 비단옷을, 그의 스승(신구)을 위해 굵은 올의 무명옷을 실어온 봉고에는 여벌의 옷이 더 있다.

권유진 의상감독. “테스트 촬영한 것을 대형 화면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 미세한 의상의 차이가 도드라져 보이더라. 애초 프린트 직물의 의상을 천연염색의 비단과 올이 굵은 무명 소재의 자카르(자카드) 직물로 바꿨다. 또다른 측면에서 입체감을 보여주기 위해 하늘하늘한 의상을 준비했다. 배경색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의상도 달리하고 있다. 애초 9월 촬영용으로 녹색 배경색을 고려해 붉은 옷을 준비했는데, 단풍이 들면 옷이 묻히면서 입체감이 죽을까 봐 걱정했다. 여벌로 청색 옷을 준비했는데 현장을 보니 그대로 가도 되겠더라. 반사광 때문에 잔상이 남는 고스트 현상에 대비해 순장 때 쓰일 흰옷은 모두 아이보리나 우윳빛으로 교체했다.”

[7]

12시반께 첫 장면이 끝나자 “밥 먹고 합시다”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젊은 스태프들은 내친김에 이성재 단독 컷 하나 더 찍자고 했다. 반면 신구는 7시 반부터 나와 여러 차례 반복된 촬영에 지친 듯 바로 식사를 한 뒤 버스 안에 들어가 눈을 붙였다.

신구. “신경 쓸 일이 많은지 시간이 2디보다 많이 걸리네요. 큰 카메라는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곧 익숙해지는군요.”

경산/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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