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37) 감독
영화 ‘페스티발’ 이해영 감독
몸 대신 말로 푸는 섹스 코미디
‘보통사람’들의 숨은 욕망 그려 “먼 길 손님 많은 터미널 가판대에 깔리는 주간지 같은 영화입니다.” 18일 개봉하는 <페스티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해영(37·사진) 감독은 자신의 두번째 작품을 “행위 아닌 말로 푸는 섹스 코미디”라고 정리했다. 크기에 집착하는 풍기단속 경찰(신하균)과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그의 여친 영어강사(엄지원), 한켠에 밀실을 꾸민 철물점 홀아비(성동일)와 그의 채찍에 반한 한복집 주인(심혜진), 실물인형과 생활하는 오뎅장사(류승범)와 그를 사모하는 여고생(백진희), 레이스 달린 속옷을 입는 국어교사(오달수)와 무지개 뜨는 섹스를 꿈꾸는 그의 아내 등. 평범한 직업을 가졌지만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진 등장인물을 보면 영화의 내용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의 시나리오로 끼를 발산하다가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휩쓴 이 감독의 엉뚱함과 신선함이 녹아 있다. “명절 연휴 셔터 내린 상점가를 지나가다 ‘저 안쪽 어딘가에 은밀하고 독특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모티브가 되어 한복집 주인이 우연히 철물점 밀실에서 에스엠(가학·피학 성행위) 채찍을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게 됐습니다.” 번데기처럼 작게 시작된 이 감독의 상상은 비 온 뒤 송이버섯처럼 쑥쑥 자라 수말처럼 커지고 마침내 해바라기처럼 꽃 피었다. 어스름 저녁에 성인용품점에 발을 들인 것처럼 형형색색 콘돔과 자위기구들이 펼쳐져 있고 진한 성적 농담과 야릇한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유쾌하고 수다스럽게 펼쳐진다. “에스엠부터 마스터베이션, 복장 도착, 페티시즘 등 변태스러움을 다루려니 거부감을 없애는 게 제일 큰 과제였어요. 그게 코믹함과 귀여움이었지요. 그럼으로써 행태가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웃집 사람들로 그려졌습니다.”
이들이 칸막이 안팎에서 펼치는 에피소드를 따라 히히, 하하 웃다 보면 영화는 막바지에 이른다. 영화관을 나서면서는 변태에 대한 선입견이 뭉그러지고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혹시 나한테도 그런 숨은 욕망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다고 봐야죠. 하지만 제도와 윤리에 의해 터부로 치부되면서 억압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죠. 무슨 메시지를 담으려 한 것은 아니에요. 굳이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위험하거나 죄스런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달까요.”
혹시 감독이 별스럽지는 않을까.
“그 취향은 아니에요. 호감은 아니어도 호기심은 있어요. 그런데 작품을 미리 본 누군가 발 클로즈업이 많이 나오더라고 하더군요. 혹시 ‘발 페티시’인지도 모르죠.”
영화 속이기는 하지만 몸으로 경험한 배우들은 한결같이 민망함을 털어놨다. 가죽 핫팬츠에 탑을 입고 대로를 활보하는 심혜진이나 쇠사슬에다 가죽 복면을 한 성동일, 동료 거시기에 기가 팍 죽는 신하균, 바이브레이터 위에 올라앉은 엄지원, 란제리를 입는 오달수 등등. 이 감독도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민망하다”고 했다. 꼭꼭 숨겨두는 속내를 대표자 격으로 드러내려니 오죽하겠나.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레몬트리 제공
‘보통사람’들의 숨은 욕망 그려 “먼 길 손님 많은 터미널 가판대에 깔리는 주간지 같은 영화입니다.” 18일 개봉하는 <페스티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해영(37·사진) 감독은 자신의 두번째 작품을 “행위 아닌 말로 푸는 섹스 코미디”라고 정리했다. 크기에 집착하는 풍기단속 경찰(신하균)과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그의 여친 영어강사(엄지원), 한켠에 밀실을 꾸민 철물점 홀아비(성동일)와 그의 채찍에 반한 한복집 주인(심혜진), 실물인형과 생활하는 오뎅장사(류승범)와 그를 사모하는 여고생(백진희), 레이스 달린 속옷을 입는 국어교사(오달수)와 무지개 뜨는 섹스를 꿈꾸는 그의 아내 등. 평범한 직업을 가졌지만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진 등장인물을 보면 영화의 내용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의 시나리오로 끼를 발산하다가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휩쓴 이 감독의 엉뚱함과 신선함이 녹아 있다. “명절 연휴 셔터 내린 상점가를 지나가다 ‘저 안쪽 어딘가에 은밀하고 독특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모티브가 되어 한복집 주인이 우연히 철물점 밀실에서 에스엠(가학·피학 성행위) 채찍을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게 됐습니다.” 번데기처럼 작게 시작된 이 감독의 상상은 비 온 뒤 송이버섯처럼 쑥쑥 자라 수말처럼 커지고 마침내 해바라기처럼 꽃 피었다. 어스름 저녁에 성인용품점에 발을 들인 것처럼 형형색색 콘돔과 자위기구들이 펼쳐져 있고 진한 성적 농담과 야릇한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유쾌하고 수다스럽게 펼쳐진다. “에스엠부터 마스터베이션, 복장 도착, 페티시즘 등 변태스러움을 다루려니 거부감을 없애는 게 제일 큰 과제였어요. 그게 코믹함과 귀여움이었지요. 그럼으로써 행태가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웃집 사람들로 그려졌습니다.”
이들이 칸막이 안팎에서 펼치는 에피소드를 따라 히히, 하하 웃다 보면 영화는 막바지에 이른다. 영화관을 나서면서는 변태에 대한 선입견이 뭉그러지고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혹시 나한테도 그런 숨은 욕망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영화 ‘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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