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듀데이트’
영화 ‘듀데이트’
<듀데이트>는 ‘더럽게’ 웃긴다. <아이언맨> <셜록홈스>에서 폼나는 주인공으로 나왔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듀데이트>에서 ‘더러운’ 상대 잭 갤리퍼내키스를 만나 불쌍하게 망가지는 탓이다.
동부로 출장 왔다가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건축가 피터 하이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깔끔쟁이. 여행용 가방이 바뀌면서 납치범으로 몰린 그는 원래 가방 주인인 시큼털털, 파마머리, 털보, 뚱보인 이선 트렘블레이(잭 갤리퍼내키스)와 함께 비행기에서 쫓겨난다. 경황 중에 지갑을 못 챙긴 그는 이선의 호의로 렌터카를 얻어 타고 팔자에 없는 2박3일 미국횡단 자동차 여행을 한다. 피터는 재난의 시작, 관객은 웃음의 시작이다.
웃음은 좁은 공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두 인물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말도 하기 싫은 피터한테 이선은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해대고, 피터가 잠깐 눈을 붙인 새 이선이 자위행위를 하는 식이다. 화장실 유머는 화장터 유머로 바뀐다. 발단은 커피깡통. 이선이 애지중지하는 깡통이 사실은 아버지의 유골을 담은 유골함이었던 것. 결과는 상상하든지 영화를 보든지. 졸음운전으로 차가 뒤집히고, 길을 잘못 들어 멕시코 국경을 넘는 식으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자잘한 웃음은 박장대소로 바뀐다.
‘듀데이트’는 출산 예정일이란 뜻. 피터가 그토록 집으로 달리는 까닭은 첫아이 출산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피터가 댈러스에 사는 친구한테 두번째 차를 빌린 이후 웃음은 심각해진다. 피부색이 다른 그 친구가 대학시절 아내와 절친이었고, 아홉 달 전 둘이 만난 적이 있었던 것. 이선은 피터한테 엉뚱한 상상을 부추긴다.
피터를 괴롭히는 이선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 더러움으로 비친다는 게 문제다. 25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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