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테스 감독의 ‘베리드’
코르테스 감독의 ‘베리드’
딱 한 명의 배우, 딱 한가지 세트로 이만한 영화를 만들다니 참 용하다.
<베리드>는 이라크에서 군수물자를 수송하던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가 갑작스런 습격을 받아 까무러쳤다가 눈을 떠보니 널판상자에 넣어져 생매장돼 있더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지포 라이터와 칼, 그리고 대포폰뿐이다.
카메라는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 편한 회상 장면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좁은 관 속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을 겨냥할 뿐이다. 재미없냐고? 할리우드에서 ‘촬영 불가능’ 딱지가 붙은 채 떠돌던 시나리오였다니 그럴 듯은 했던 모양이다. 찍는 거라면 자신있다는 스페인 태생의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를 만나 영화가 되고 보니 대박~. 올해 선댄스영화제에 선보이자 45개국에 팔렸단다.
영화로 들어가 보자. 관 속의 공기는 1시간 반 분량. 호흡할 때마다 산소가 줄어든다. 살아나려면 그 안에 외부에서 관을 덮은 흙을 걷어내게 해야 한다. 연결고리는 핸드폰. 소속사나 이라크 주둔 미군부대에 연락할 길은 없고, 우선 떠오른 데가 911이다. 그곳과의 통화는 그가 묻히게 된 사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끝난다. “어떻게 연결됐는지 몰라도 여기는 오하이오주거든요”라고 차분하게 말하는 데는 속이 터진다. 됐고요. 다음엔 집으로 걸지만 마누라는 외출중. 사정을 다시 설명하는 녹음을 하고는 하릴없다. 전화번호 안내를 통해 연방수사국 번호를 따려고 한다. “지부가 많습니다. 보스턴, 시카고, 뉴욕, 필라델피아…” “아무 데나 괜찮으니까 연결이나 해줘요!” “죄송한데 그건 곤란…” “시카고요, 됐죠? 시카고요!” “예의는 지켜주십시오.” 사정을 알 길 없는 안내원의 응대는 코미디다.
그렇게 에프비아이, 국방부, 자신의 소속사 등과 통화를 하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그와 함께 핸드폰 배터리와 라이터 기름이 졸아들지만 한가한 질문은 끝이 없고 구조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희한한 인질범은 몸값 500만 달러를 요구하며 비디오를 찍어 보내라고 하고 그 영상은 <알 자지라>를 통해 전세계로 퍼진다. 그거라면 영화는 평면이다. 여기에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국방부, 보험금과 퇴직금을 안 주려고 꼼수를 부리는 회사 등 ‘조직의 무서움’이 영화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게 모두 관 속에 갇힌 인물의 절박한 연기와 핸드폰을 통한 목소리들을 통해서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미친 듯한 연기가 아니라면 90분이 제법 지루할 법하다. 투자사로서는 저예산에 대박이니 용꿈에 잭팟이다. 12월2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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