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리어스 웨이’
‘워리어스 웨이’ 제작 이주익 대표
일본 광고회사 근무시절 인연 이세키·오즈본까지 닿아
“웃자고 만든 작품 정색하면 좀…동시개봉 미국서 호평”
일본 광고회사 근무시절 인연 이세키·오즈본까지 닿아
“웃자고 만든 작품 정색하면 좀…동시개봉 미국서 호평”
<워리어스 웨이>는 장동건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점에서 주목된다. 어쩌면 신인 이승무씨가 감독 데뷔작을 할리우드에서 찍었다는 게 더 화제가 될 성싶다.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로 유명한 배리 오즈본이 제작자로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정답은 제작자 중 한 명인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일어, 영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홍콩의 스난성(<영웅본색> <동방불패> <무간도>), 일본의 이세키 사토루(<스모크> <크라잉 게임> <중앙역>), 미국의 배리 오즈본 등 영향력 있는 제작자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마당발로 그는 <투게더>(2002, 감독 천카이거), <투가이즈>(2004, 감독 박헌수), <칠검>(2005, 감독 쉬커),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 감독 김태균), <묵공>(2007, 감독 장즈량) 등 한-중-일을 넘나들며 영화를 만들어왔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에서 제작됐다. 제작자는 뒷선에 있어야 한다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를 24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넓은 인맥을 어떻게 구축했나 궁금하다. “일본에서 광고회사 덴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에서 많은 다국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세계 영화계 거물을 만났다. 1990년 거품이 꺼지면서 자본은 다 빠졌지만 인맥이 남았다. 마흔이 넘어 영화를 한다고 하니 이세키 사토루를 추천받았다. 일본 최초의 국제프로젝트인 <난>(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제작자로 유명한 그한테서 많이 배웠고, 2007년 <묵공>을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배리 오즈본은 그가 <지옥의 묵시록> 후반 작업에 간여했을 때 이세키 사토루가 도움을 줬던 적이 있어 인연이 만들어졌다. 거물이 되며 잊을 줄 알았는데 영화제에서 만나면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 영화를 한다니 함께 작업해 보자’고 하더라.”
-<워리어스 웨이>를 제작하게 된 경위는?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가 3년쯤 준비하다가 2006년 ‘마당발인 형이 하는 게 좋겠다, 각본 쓴 이승무 감독도 후배일 것이다’라며 나한테 넘겼다. 동서양 문화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이라 승산이 섰다. 배리한테 시나리오 여러개를 보냈는데 ‘이것부터 해보자’는 답이 왔다. 그가 제작한다고 하니 투자자들이 붙었고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제프리 러시가 출연에 응했다. 나는 한국, 인도 등의 자금을 당기고, 장동건과 일본인 스턴트 코디, 김우형 촬영감독 등을 끌어모았다.”
-국내에선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
“‘최초로 한국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알려지면서 기대하는 방향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는 원래 할리우드를 비틀어 웃고 즐기자며 만든 거다. 솽~ 한칼에 무사 십여 명이 쓰러지는 거나 총잡이 제프리 러시가 거울을 보고 짜자잔 하고 나서는 장면, 주인공이 이글거리는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서부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장면들이다. 닌자 수백명이 하늘에서 떨어져 꽂히고 얼음 속에서 일제히 솟구치는 것도 무협영화 또는 게임에서 아주 흔하다. 컴퓨터그래픽에 공들여 웃자고 만든 건데 정색을 하고 보면 느끼하거나 어설프게 보일 거다. 의도가 전달이 안된다면 제작 책임이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평이 좋다.”
-미국을 겨냥한 것인가?
“투자비의 3분의 2가 미국 돈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합작영화의 장점이 위험분산이 된다는 거다. 2007년 <묵공>도 한국 흥행은 실패했지만 중국에서는 성공했다. 당시 중국을 우선하면서 두달 늦게 국내 개봉한 것이 패착이었다. ‘안성기가 나오는 중국 영화’라고 간주되면서 개봉 전에 50만명이 불법 다운로드해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 미국 동시개봉한다.” -앞으로 계획은? “이만희 감독의 1966년작 <만추>를 탕웨이, 현빈을 주연으로 리메이크해 내년 초 개봉한다. 사흘 휴가 나온 여죄수와 쫓기는 남자의 사랑을 그린 것인데, 미국을 무대로 했다. 황석영의 작품 <바리데기>와 <심청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탈북 여성, 한말 조선인 여성의 국제 오디세이인 만큼 나한테 제격이다.” -돈은 좀 버는가? “쉬지 않고 영화 만들 정도는 된다. 그동안 신뢰를 잃지 않고 한해 한편꼴로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대박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팔자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목적보다는 과정지향적이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투자비의 3분의 2가 미국 돈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합작영화의 장점이 위험분산이 된다는 거다. 2007년 <묵공>도 한국 흥행은 실패했지만 중국에서는 성공했다. 당시 중국을 우선하면서 두달 늦게 국내 개봉한 것이 패착이었다. ‘안성기가 나오는 중국 영화’라고 간주되면서 개봉 전에 50만명이 불법 다운로드해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 미국 동시개봉한다.” -앞으로 계획은? “이만희 감독의 1966년작 <만추>를 탕웨이, 현빈을 주연으로 리메이크해 내년 초 개봉한다. 사흘 휴가 나온 여죄수와 쫓기는 남자의 사랑을 그린 것인데, 미국을 무대로 했다. 황석영의 작품 <바리데기>와 <심청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탈북 여성, 한말 조선인 여성의 국제 오디세이인 만큼 나한테 제격이다.” -돈은 좀 버는가? “쉬지 않고 영화 만들 정도는 된다. 그동안 신뢰를 잃지 않고 한해 한편꼴로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대박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팔자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목적보다는 과정지향적이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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