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3편 ‘새벽 출정호의 항해’
‘나니아 연대기’ 3편 ‘새벽 출정호의 항해’
녹색 안개에 점령된 그림 속 나니아와 구원 여정에 나선 세 남매
원저자의 나치공포 형상화…CG·3D에 올인 불구 효과는 떨어져 러시아 국민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1817~1900)일까. 영국의 ‘빛의 화가’ 윌리엄 터너(1775~1851)일까.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세번째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폭풍우 속 범선을 그린 한폭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영국 런던. 에드먼드와 여동생 루시는 사촌 유스터스의 텃세 속에서 삼촌집에 기숙하고 있다. 에드먼드가 미성년임이 밝혀지면서 자원입대를 거절당한 즈음,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속 바다에서 배가 점점 다가오는 걸 목격한다. 급기야 액자에서 바닷물이 쏟아져 방에 차오르면서 이들 셋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물을 박차고 수면으로 떠올라 허걱~ 하고 숨을 들이켜는 순간, 이들은 환상의 왕국에 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림 속의 배처럼 다가오는 ‘새벽 출정호’에 오르고 보니 나니아 왕 캐스피언 왕 일행이 이들은 반긴다. 여기까지는 도입부. 나니아 왕국은 예전의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정체 모를 녹색 안개의 공포에 휩싸였다. 새벽 출정호가 처음으로 기항한 론 제도에서 공포의 실체가 드러난다. 언제부턴가 피어오른 녹색 안개 속으로 끌려간 배와 사람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 안개는 아슬란한테서 받은 마법을 가진 영주 7명이 흩어지면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7개의 검을 한곳에 모으기 위한 에드먼드, 루시, 유스터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들이 주유하는 곳은 ‘목소리들의 섬’, ‘황금물의 섬’, ‘어둠의 섬’, ‘라만두의 섬’ 등 4개 섬. 그곳에서 악의 세력들에게 힘을 빼앗긴 영주들을 만나고 그들이 가진 검을 회수함으로써 왕국에 편만한 악의 세력인 녹색 안개를 퇴치하여 나니아 왕국의 평화를 회복하게 된다.
원저자인 영국인 C. S. 루이스(1898~1963)는 작품 속 세 남매처럼 유럽에 만연한 나치의 공포를 겪은 인물. 당연히 불신과 공포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을 작품에 녹여 넣었다. 대표적인 게 나치 공포를 형상화한 스멀스멀 엄습하는 녹색 안개. 실체적인 공포도 그렇지만 두려움이 만들어낸 심리적 공포가 더 큰 장애물일 터다. 영화에서는 ‘라만두의 섬’에서 에드먼드의 공포가 만들어낸 거대한 용으로 형상화된다. 이를 넘어서려면 연대가 필수. 7개의 검으로 상징된 흩어진 영주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순간, 용은 허깨비처럼 사라진다. 작품에는 기독교도인 저자가 가진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사탄의 세력인 나치를 물리치고 이룩하게 되는 천년왕국의 평화가 그것. 제임스 쿡(1728~1779) 선장의 인데버호를 모델로 삼아 새벽 출정호를 만든 거나, 해양을 주무대로 사건이 펼쳐지는 따위에는 은연중 옛 해양대국에 대한 향수가 배어 있다.
영화는 막연한 두려움에 부닥친 청소년이 이를 극복하고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런 관점이라면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인물이 유스터스. 눈에 보이는 과학적 지식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에드먼드와 루시의 판타지는 환상일 따름이다. 하여, 그는 ‘황금물 섬’의 황금계곡에 널린 황금을 그러안는다. 그것만 가지면 세상에서 못할 게 없기 때문. 하지만 황금 팔찌를 차는 순간 그는 익룡으로 바뀌고 만다. 새벽 출정호의 공격을 받은 익룡은 에드먼드한테 지상에다 쓴 ‘나는 유스터스야’라는 문장을 보여줌으로써 정체를 밝히면서 그동안의 갈등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바뀐다. 무풍지대에 든 새벽 출정호를 끌고 항해를 속개하도록 하는 것. 뜻하지 않게 액자 속 나라를 다녀온 유스터스는 더 성숙해진다.
소설은 액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깔끔한 ‘액자소설’이지만, 정작 제작자들은 시각적 묘사가 부족한 텍스트를 영화적 실체로 구현하는 지난한 작업을 해야 했다. 270만달러(우리 돈 30억원가량)를 들여 19세기 범선을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진 380명이 동원됐는데, 시각효과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나 <드래곤 길들이기>보다는 떨어진다. 3디 효과도 썩 잘 살리지 못한 편. 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원저자의 나치공포 형상화…CG·3D에 올인 불구 효과는 떨어져 러시아 국민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1817~1900)일까. 영국의 ‘빛의 화가’ 윌리엄 터너(1775~1851)일까.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세번째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폭풍우 속 범선을 그린 한폭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영국 런던. 에드먼드와 여동생 루시는 사촌 유스터스의 텃세 속에서 삼촌집에 기숙하고 있다. 에드먼드가 미성년임이 밝혀지면서 자원입대를 거절당한 즈음,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속 바다에서 배가 점점 다가오는 걸 목격한다. 급기야 액자에서 바닷물이 쏟아져 방에 차오르면서 이들 셋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물을 박차고 수면으로 떠올라 허걱~ 하고 숨을 들이켜는 순간, 이들은 환상의 왕국에 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림 속의 배처럼 다가오는 ‘새벽 출정호’에 오르고 보니 나니아 왕 캐스피언 왕 일행이 이들은 반긴다. 여기까지는 도입부. 나니아 왕국은 예전의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정체 모를 녹색 안개의 공포에 휩싸였다. 새벽 출정호가 처음으로 기항한 론 제도에서 공포의 실체가 드러난다. 언제부턴가 피어오른 녹색 안개 속으로 끌려간 배와 사람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 안개는 아슬란한테서 받은 마법을 가진 영주 7명이 흩어지면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7개의 검을 한곳에 모으기 위한 에드먼드, 루시, 유스터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들이 주유하는 곳은 ‘목소리들의 섬’, ‘황금물의 섬’, ‘어둠의 섬’, ‘라만두의 섬’ 등 4개 섬. 그곳에서 악의 세력들에게 힘을 빼앗긴 영주들을 만나고 그들이 가진 검을 회수함으로써 왕국에 편만한 악의 세력인 녹색 안개를 퇴치하여 나니아 왕국의 평화를 회복하게 된다.
‘나니아 연대기’ 3편 ‘새벽 출정호의 항해’
소설은 액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깔끔한 ‘액자소설’이지만, 정작 제작자들은 시각적 묘사가 부족한 텍스트를 영화적 실체로 구현하는 지난한 작업을 해야 했다. 270만달러(우리 돈 30억원가량)를 들여 19세기 범선을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진 380명이 동원됐는데, 시각효과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나 <드래곤 길들이기>보다는 떨어진다. 3디 효과도 썩 잘 살리지 못한 편. 8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