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차태현 “CG 안써 배우들 고생 많았죠”
한때 “무대 서면 식은 땀이…” 공황장애 왔던 이유…
한때 “무대 서면 식은 땀이…” 공황장애 왔던 이유…
<과속스캔들>의 차태현이 2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22일 개봉하는 <헬로우 고스트>. 자살을 꿈꾸던 청년이 네 명의 귀신과 동거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찾아간다는 내용으로 차태현은 주인공 상만 역을 맡았다.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차기작 <챔프>를 찍다가 왔다는 그를 만났다.
장기인 코믹연기가 잘 안 드러난다.
“네. 귀신한테 빙의하면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기존 귀신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감정을 눌렀다. 찍으면서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감독은 괜찮다고 했지만 촬영 내내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변태할배, 식신초딩을 연기할 때는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고민하면서 찍었고 연기하고 나면 창피했는데,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잘된 연기라는 걸 알았다. 시사회에 온 홍경민씨가 그러더라. ‘네가 더 웃길 수 있는데 왜 하다 만 것 같은 연기를 할까 생각했는데 마지막 반전을 보고 그 의문이 풀렸다’고.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가 길어서 도중에 관객들이 나갈까 걱정이다.(웃음)”
-찍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귀신영화인데 컴퓨터그래픽을 안 쓰니 어렵더라. 귀신 넷을 업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은 와이어를 썼다. 귀신이 보이는 장면, 안 보이는 장면을 번갈아 찍으려니 어색했다. 나는 그래도 몸고생은 안 한 편이다. 다른 배우들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야 했고 차 사고 장면에서는 바비큐처럼 공중에 걸린 모형차 속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드라마가 강한 영화를 주로 선택한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결혼해서 애가 생겨서 그런지, 망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고 나면 욕을 먹을 것 같은 작품들이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로맨틱 코미디 많이 들어왔는데 한번도 안 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과속 스캔들> 때도 그렇고 그쪽 감성에 많이 와닿는다. 청춘 멜로를 할 나이도 아니고 형님들처럼 윗단계를 연기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지금 나이에 딱 맞는 작품들이 오지 않나 싶다.”
-공황장애가 있던 걸로 아는데?
“배우, 가수, 디제이… 뭘 해도 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서 다시 차고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감이 컸다. 무대에 서면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 2003년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주 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911에 실려가기도 했다. 심할 때는 신경안정제를 안 먹고는 밖에 못 나갈 정도였다.”
-어떻게 극복했나?
“연예인 동료들과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 털어놓고 보니 비슷한 증상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의외로 많더라. <공중그네> 같은 소설책도 도움이 됐다. 그 책은 두려워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결혼하면서 많이 안정이 됐다.”
-결혼하니 인기는 떨어지던가?
“사실 걱정을 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심지어 결혼한 줄도, 아이가 하나인지 둘인지도 모른다. 내후년 쯤 마흔 전에 하나를 더 낳아도 괜찮을 것 같다.”
-주연 10편을 하고도 남우주연상은 못 받았다.
“후보에도 안 올랐다. <과속 스캔들>은 기분 나쁘진 않았지만 <바보>는 너무 아쉬웠다. 출품 자체가 안 됐다. <복면 달호>도 마찬가지다. 시상 기준을 모르겠다. 코미디 영화가 소외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5년 뒤 자화상은?
“나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기대된다. 아마 40대에 맞는 연기를 하고 있을 거다. 기러기 아빠? 바람피우는 남편? 그것 모두?”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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