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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쿠바와 사랑에 빠진 감독, 그 속살을 찍다

등록 2010-12-23 09:11

영화감독 정호현씨
영화감독 정호현씨
정호현씨, 쿠바인 남편과 새 영화 들고 한국에
여행갔다 결혼…“다음엔 세대간사랑 담을것”
“연애를 하니 안 들리던 게 들리고 보이지 않던 게 보이더군요.”

관광객으로 쿠바에 간 영화감독이 4년 뒤에 쿠바인 남편과 함께 영화 한편을 들고 나왔다. 영화감독인 정호현(39)씨와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쿠바의 연인>. 거기에는 4년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고 사이사이 쿠바의 속살과 감독의 속살이 그대로 비친다.

“2005년 한인 후손을 찍으러 그가 머무는 대학기숙사에 갔다가 그 친구를 만났어요. 튀지 않는 모습이지만 눈이 너무 반짝거렸어요.” 그 친구가 바로 아이 아빠가 된 오리엘비스(29). 당시는 쿠바 디자인대학의 학생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틈틈이 작곡을 하고 기타를 퉁기며 랩을 하는 청년이었다.

좋아하면 알고 싶고 알게 되면 빠지는 것. 스페인어를 배우고 자료를 구해 쿠바를 알게 되면서 정 감독은 쿠바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 잠시 국내에 왔다가 2006년에 다시 쿠바로 들어갈 때는 연애를 작정했다고 했다. 시작도 안 해보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아바나 공항에서 노트북은 되고 데스크톱은 안 된다는 거예요. 무슨 차이냐고 물으니 관광객이면 노트북이면 충분한데 너는 살러온 거 아니냐고 따지더군요. 학생비자로 바꿀 거라고 하니 학교 사인을 받아오라데요. 일단 학과장 사인을 받아가니 대학총장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고, 그걸 받아가니 교육부 장관 사인을 받아오래요. 그러면서 쿠바를 알게 되었어요. 힘센 사람의 ‘빽’과 돈이 움직이는 나라라는 걸.”

영화 속 인물들은 카메라 앞에서 거침없이 말한다. “혁명은 50년 전에 끝났다. 지금은 사람들은 일하는 척하고 정부는 월급을 주는 척할 뿐이다. 쿠바는 모두가 가난하고 논리적인 게 하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춤과 음악뿐이다.”

그가 오리엘비스를 통해 본 것은 쿠바인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 “길이 막혀 10분 걸릴 거리를 30분 걸려서 가요. 나는 열받는데 오로는 우리가 같이 있는데 왜 화를 내냐는 거예요. 지나간 거나 다가올 거보다 지금이 중요하다는 거죠.”

이와 함께 정 감독을 매료시켰던 게 인간관계. 가족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한없이 따뜻하지만 서로 선택을 존중해 간섭이 없고, 이웃들은 확대된 가족이라는 것. 시가가 있는 가이미토는 아바나에서 차로 40분 거리. 정류장에서 시가까지 걸어서 5분인데 이웃들과 일일이 손잡고 이야기하느라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영화는 이들이 결혼해서 한국으로 나오는 데서 멈춰있다. “더 많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쉬워요. 한 식탁에서 나는 된장, 오로는 빵, 아이는 우유를 먹어요. 진짜 나와 우리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인데 말이죠.” 남편이 “당신은 자신이 더 옳고, 더 많이 알고,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더라면서 그는 결혼 초기 삐걱거림이 바로 다름과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음을 요즘에야 알았다고 했다.

그는 내년 3월께 다시 1년 예정으로 쿠바에 가려 한다. 이번에는 <쿠바의 사랑>이다. 그곳 중학교에 카메라를 들이밀 작정이다. 성에 눈뜨는 13~14살 중학생들, 갓 임용된 18살 안팎의 교사들, 그리고 40~50대 간부교사 등 세대별, 세대간 사랑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쿠바의 연인>은 1월13일 개봉할 예정이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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