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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추격자’보다 더 독하고 더 짠한 ‘황해’

등록 2010-12-24 20:12

영화  ‘황해’
영화 ‘황해’
나홍진 감독 두번째 영화
김윤석·하정우 다시 뭉쳐
연변서 온 두 남자 이야기
건강성 잃은 남한 까발려
<추격자>(2008)는 예고편이다. ‘한국 스릴러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는 더 빠르고, 더 스펙터클하고, 더 잔혹하고, 더 짠하다. <추격자>의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나 감독과 만나 더 독한 맛을 보여준다. 2시간40분이란 긴 상영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미국 20세기폭스사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 제작비의 20%를 선투자했다.

연변의 택시운전사 ‘구남’(하정우)은 달러빚을 얻어 아내를 한국에 보낸다. 돈보따리 들고 돌아오겠다던 아내는 감감무소식이고 빚쟁이는 버는 족족 훑어간다. 마작판에 끼어들지만 번번이 빈털터리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그한테 조선족 브로커 ‘면가’(김윤석)가 접근해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남한에 가서 누군가를 죽이고 오면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 구남은 제안을 받아들여 밀항선을 타고 황해를 건넌다.

구남이 맞닥뜨린 남한은 노다지판이 아닌 거대한 병동. 그가 상륙한 울산횟집은 밀항 조선족 간이숙소이고, 서울에서 맞닥뜨린 강남의 고교생들은 그들의 집이 간이숙소다. 여기까지는 맛보기. 표적이 눈앞에서 엉뚱한 놈들에게 살해되고 살인자로 몰린 구남이 도피생활을 하면서 허깨비 같은 남한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구남의 시선이 주로 머무는 곳은 아내가 있을 법한 안산과 그를 살인자로 만든 강남 등 두 곳. 우선 안산. 값싼 노동력을 찾아 국외로 이주하지 못한 제조업종과 코리안드림을 찾아 값싼 노동을 하는 이들이 만나는 곳. 아내는 그 어름 노동자들이 일하거나 먹거나 마시거나 자는 곳에서 허릅한 일을 했을 터. 아내의 자취를 찾아다니는 구남의 시선에 회색톤의 풀뿌리 경제가 보인다. 이에 비해 강남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쉽게 돈 번 계층이 먹거나 마시거나 자는 곳. 거리를 향한 간판과 실내조명은 찬란함을 넘어 요사스럽다. 그 가운데 연변에서 입고 온 검정옷, 또는 훔쳐입은 경비원의 무채색 옷을 입은 구남은 외톨이다. 연변과 남한을 가르는 황해, 안산과 강남을 가르는 간극은 메울 수 없는 것. 어디에 사느냐는 곧 넘을 수 없는 신분. 영화가 구남이 머무는 지역에 따라 택시운전사, 살인자, 조선족 등의 소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그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연변에서 온 두 사내와 강남의 비대한 서비스업에 기생하는 조폭과의 접점에서 나 감독 특유의 패기가 빛을 낸다. 영화 후반은 온통 핏빛과 파열음. 통쾌함이 잔인하다는 느낌보다 앞선다. 무작스런 도끼 사이로 그립감이 그렇게 좋다는 소뼈가 난무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에 동원된 차량 50대 가운데 20대가 부서진다. 속도감을 위해 나 감독은 다른 영화의 2배가 넘는 5천여 컷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건과 사건 틈새로 연변에서 온 원시적인 두 사내와 남한 사회의 부조리가 대비된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빨치산처럼 산맥으로 이동하는 구남이나 수십명의 조폭과 맞붙어 불사조처럼 일어나는 면가는 우리가 잃은 건강성을 대변한다. 비현실이 되레 통쾌한 것은 그런 연유다.

영화 제작비는 130억원대. 300여일간 하얼빈, 치치하얼, 부산 등지에서 170회차에 걸쳐서 촬영됐다.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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