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 감독
박찬경 감독의 독립영화
“한국 도시를 문화인류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중편 <신도안>에서 무속과 고금의 역사가 어우러진 도시 이야기를 선보였던 박찬경 감독이 경기도 안양시를 소재로 한 장편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를 들고 왔다.
여성 노동자 22명이 기숙사에서 감금된 채 숨진 1988년 그린힐 화재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고려시대 ‘안양사’ 절터 발굴 현장과 군포, 의왕 등지로 공장이 빠져 나간 뒤의 후일담을 되짚으면서 불교에서 극락을 뜻하는 ‘안양’이 역사와 더불어 어떻게 굴절되었는가를 고통스럽게 증언한다. 다큐멘터리에다 재연과 픽션을 섞었다. 출연진은 대부분 현지 토박이와 관계자들이고 영화배우는 고작 4명뿐.
박 감독은 정통 영화인 출신이 아닌 분단, 무속을 소재로 사진, 비디오, 설치 등의 작품활동을 해온 미술 작가다.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APAP)에서 받은 제작비 8000만원에 박 감독의 사비 1000만원을 보탰다. 보통 영화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안양의 한자 ‘安(안)’에 함축돼 있다. 샤먼을 뜻한다는 ‘安’이 정치와 종교 미분리 시대 여성이 편안하게 집 안에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인데, 여성의 위상이 뒤집힌 현대에는 여성이 투신하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곧 한국의 산업화는 그린힐 화재에서처럼 무수한 여공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대개 중소도시는 고대사와 현대사가 중첩돼 있어요. 특히 안양은 여성과 특별한 관계가 있습니다.”
영화진행위원회 지원을 받아 개봉한 도시홍보용 영화와는 달리 작가의 문화인류학적 안목과 안양시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겼다. 영화는 인물의 행동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기고 해결되는 상업영화의 연출법을 따르지 않는다.
박 감독은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에서 안양을 소재로 해 달라는 것 외에 간섭이 없어 만드는 동안 아주 행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미술 축제의 일부로 지난 10월 초 안양중앙공원의 컨테이너 건물에서 디브이디로 상영됐을 뿐. 안타까운 마음에 해외영화제를 두드려 2011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유망 신예 감독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라이트 퓨처 부문에 선정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미술인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어 가능성을 타진해본 참이다.
“이렇게 실험적인 영화는 제작비 염출은 물론 만든 뒤 상영관을 잡기도 어려워요. 예술영화관조차도 독립영화 가운데 저예산 극영화를 틀려고 하지요.” 당연히 형편이 어려울 수밖에. 대학 강사료와 작품 판매비로 영화제작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등처가’라고 했다. 최근 피케이엠갤러리에 전속되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왜 그렇게 어려운 독립영화를 만드는 걸까. 형 박찬욱씨가 영화감독, 매제가 영화제작자인 그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위계적인 기성 영화판은 체질에 맞지 않고요, 틀에 박힌 상업영화는 재미없더라고요. 돈의 논리에 휘둘리기도 싫고요.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고 싶었어요.”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이렇게 실험적인 영화는 제작비 염출은 물론 만든 뒤 상영관을 잡기도 어려워요. 예술영화관조차도 독립영화 가운데 저예산 극영화를 틀려고 하지요.” 당연히 형편이 어려울 수밖에. 대학 강사료와 작품 판매비로 영화제작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등처가’라고 했다. 최근 피케이엠갤러리에 전속되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왜 그렇게 어려운 독립영화를 만드는 걸까. 형 박찬욱씨가 영화감독, 매제가 영화제작자인 그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위계적인 기성 영화판은 체질에 맞지 않고요, 틀에 박힌 상업영화는 재미없더라고요. 돈의 논리에 휘둘리기도 싫고요.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고 싶었어요.”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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