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드럭스’
에드워드 즈윅 감독 ‘러브&드럭스’
찡한 여정 틈새에 ‘의료계 그늘’도
찡한 여정 틈새에 ‘의료계 그늘’도
새 영화 <러브&드럭스>는 에리히 프롬의 저술 <사랑의 기술>에 빚지고 있다. 사랑은 좋아하는 것을 넘어 서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완성된다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제이미(제이크 질런홀)는 병원을 돌며 약을 팔다가 파킨슨병 환자 매기(앤 해서웨이)를 만나 호감을 가진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바람둥이 제이미와 비참한 삶을 잊기 위해 연애를 즐기는 매기는 곧 잠자리를 같이한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만남은 육체적 사랑에서 정신적 사랑으로, 격렬한 정사에서 부드러운 애무로 옮아간다.
이들의 사랑은 살얼음판과 같은 것. 손떨림은 파킨슨병 초기 증세일 뿐.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형편에 들리는 건 암울한 미래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제이미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모임에 함께 참석해 아픔을 공감하고 명의를 찾아서 전국을 떠돈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멀쩡한 제이미의 앞길이 꼬이는 것을 보게 된 매기는 스스로 제이미 곁을 떠난다. 몇해 뒤 조우한 이들은 그들의 관계가 ‘말해지지 않은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난 저질 속물이야. 형편없는 인간이라구. 왜냐하면 나란 놈은 평생 그 누구한테도 아무 관심이 없었거든. 다들 그러려니 했지. 쟨 그런 놈이라고. 그런데 자긴 날 다르게 봐줬어. 내 모습 이대로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줬어. 그래서 불행히도 난 자기가 필요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버스를 따라잡아 매기를 향해 털어놓는 제이미의 고백이 찡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두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틈 사이로 미국 의료계의 어두운 현실도 비춘다. 자사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세미나를 빙자한 여행을 시켜주고 연구비 명목으로 돈봉투를 안기는 제약회사. 전세버스로 약값이 싼 캐나다로 원정치료를 가는 노인들, 절대다수의 환자 위에 군림하는 병원과 의사 등.
질런홀과 해서웨이는 이 영화로 올해 골든글로브 남녀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출은 <가을의 전설>(1994), <디파이언스>(2008)를 만든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맡았다. 1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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