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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강우석의 손맛으로 버무린 유머와 감동

등록 2011-01-13 20:25

 사진 시네마서비스 제공
사진 시네마서비스 제공
스포츠 휴먼 영화 ‘글러브’
퇴물코치·청각장애 고교생들의
야구사랑 전국대회 1승 도전기
충주성심학교 실화 스크린으로
‘강우석이 만들면 다르다’라는 말은 신작 <글러브>에 딱이다. 식상한 재료로 그럴듯한 ‘물건’ 만들어내기.

영화는 퇴물 코치와 청각장애 고교생들이 엮어가는 전국대회 1승 도전기다. 스토리는 식상할 정도로 뻔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였던 김상남(정재영)은 음주 폭행에 야구 방망이까지 휘둘러 징계위에 회부된다. 잠깐 소나기를 피하자는 매니저한테 이끌려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야구부 임시 코치를 맡는다. 10명의 선수들은 말이 선수지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야구공을 만지면 행복해하고 뭔가 해보려는 열의만은 가득하다. 술이 덜 깬 프로 출신 코치의 눈에 그게 보일 리 없다.

‘너희들은 안 된다니까’라는 속내를 각인시키려 지난해 4강팀과 경기를 붙인 것이 화근. 장애인팀이라 빈정거리는 듯한 상대팀의 응대에 숨겨진 오기가 솟아오른 것이다. 거기서부터 꼴찌팀의 반란음모가 시작된다. 실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모델로 했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제공
사진 시네마서비스 제공
스포츠 영화라는 게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스포츠 자체가 한마디로 승패를 다투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승을 향한 집념과 이를 이루려는 눈물과 땀에 희극과 비극이 내재돼 있기에 팀과 선수만 달리할 뿐 반복되는 게임에 그토록 열광하는 게 아닌가. 강우석 감독이 “죽을 것 같았던” <이끼>를 끝낸 뒤 쉬어간다면서 덤빈 <글러브>에서 또다시 “죽을 것 같았던” 경험을 한 것은 ‘쉬워서 어려운’ 스포츠 영화의 본질 탓이다.

<글러브>를 살리는 것은 면면이 흘러내려온 강우석표 뻥과 유머. 군산상고와의 연습경기에서 완패하고 아이들과 함께 전주에서 충주까지 100㎞를 달린다든가, 갯벌에서 슬라이딩 연습을 하고 파도를 상대로 배팅훈련을 한다는 식의 지옥훈련은 <실미도>를 떠올리게 한다. 전작에서 허접한 인간들이 인간병기로 변신하는 것처럼 <글러브>에서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비장애인을 능가하는 초특급 선수로 성장한다. 강우석의 뻥은 전국대회 1승이 목표인 성심학교 야구부가 그보다 더한 목표를 이룬다는 데까지 이른다.

유머는 주로 정재영의 몫. 사이드 코치(유선)와의 티격태격 사랑놀음에 잔잔한 웃음이, 육담처럼 내뱉은 말 “뽕이다”에 휘리릭 스쳐가는 웃음이, “글러브(GLOVE)에서 G만 빼면 사랑(LOVE)”이라는 말에 오글거리는 웃음이, <러브 액추얼리>의 스케치북 사랑고백을 차용한 장면에서는 배꼽 잡는 웃음이 나온다. 후반으로 가며 영화에 몰입하면 개폼 잡은 말조차 진지하게 들리는 건 무슨 조홧속인지.

“포수 뒤에는 아무도 없지만 투수 뒤에는 7명의 동료가 있다.”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혼자서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기시감은 영화가 끝난 뒤에 슬그머니 웃음으로 바뀐다. “나의 첫 홈런은 너한테 바칠 거야”라는 소년소녀 이야기는 이현세의 야구만화, 상남을 통해 부러진 자기 꿈을 이루려는 매니저(조진웅) 이야기는 <라디오 스타>를 상기시킨다. 20일 개봉. 전체관람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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