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필드-펫포스 3D’ 이원재 감독
‘가필드-펫포스 3D’ 이원재 감독
미국 마크 디페 감독과 공동작업
미국 마크 디페 감독과 공동작업
“제발 ‘한국 애니메이터 할리우드에 도전장’ 투로 쓰지 마세요.”
마크 디페와 함께 <가필드-펫포스 3D>의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이원재(39)씨의 반응은 시니컬했다. 지난 12일 근무처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 디지아트프로덕션에서 만난 그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투였다.
“아직도 할리우드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류의 영화를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회사명, 또는 영문 카피를 미국 사람이 한번 더 읽어주는 게 웃기게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필드-펫포스 3D>는 미국 만화가 짐 데이비스가 낳은 만화 캐릭터인 ‘가필드’를 주인공으로 한 3디 애니메이션. 이 영화에서는 원초적 게으름뱅이에서 슈퍼 히어로로 변신한 가필드가 강한 혀를 가진 ‘오디어스’, 얼음광선을 날리는 ‘스타리나’, 전광석화 ‘에브너멀’과 함께 모든 것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광선총을 난사하는 슈퍼악당 벳빅스에 용감하게 맞서 만화세계와 우주를 지킨다는 내용. <가필드-겟츠 리얼>(2007) 이경호 감독, <가필드-마법의 샘물>(2008) 한언덕 감독에 이어 세번째로 미국 원더월드 스튜디오의 마크 디페가 한국인 감독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이 감독은 앞선 두편에서는 연출감독으로 스토리보드를 담당했고 이번에는 스토리보드는 물론 공동감독을 맡음으로써 실질적으로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공동감독이라니?
“전셋방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자기 집처럼 살기는 하지만 방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말입니다. 그래도 잘 가꾸고 꾸미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이 감독의 소속사 디지아트가 원더월드 쪽과 인연을 맺기는 2006년. 첫 작품 <파이스토리>는 공동투자 형식이었고 그 뒤 가필드 시리즈 세편은 원더월드가 투자를 하고 디지아트가 제작을 맡았다. 원더월드 쪽에서 중국, 인도에 비해 인건비가 비싸지만 기획능력과 제작기술 인력이 받쳐주는 한국이, 디지아트 쪽으로서는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감독 이름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나리오가 왔는데 스토리가 왔다갔다 해서 작업을 할 수 없었어요. 진행상 어쩔 수 없이 스토리를 고쳐야 했어요. 그쪽에서도 우리를 인정하고 운신할 여지를 주었구요.”
디페 감독 쪽에서 제작경험이 없다 보니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것을 처음에 결정해야 해요. 그런데 일단 갑시다 해놓고 중간에 딴소리를 하는 때가 아주 잦았어요. 예를 들면 캐릭터의 빨간 모자를 파란 모자로 바꾸자는 거죠. 초반에는 다시 돌아가 수정작업을 할 수 있지만 중반 이후에는 미치죠.” 그쪽에 기획팀이 없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했다. 좀비의 규모를 늘려 의미를 부여한 것, 광선총을 맞은 쓰레기가 괴물로 변신하는 것 등 그가 제시한 9개의 포인트가 그대로 반영돼 영화가 탄탄해졌기 때문.
“할리우드 감독이 된다고 해서 자랑스럽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만든 영화가 판타지를 키울 뿐 어차피 우리 생활이 아니잖아요. 제가 하려는 것은 이게 아니에요.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서유기>다. 현재 이미지를 다루는 중. 그는 옆방에서 작가가 기다린다며 질문을 끊었다. 지난 11일 열린 시사회에도 작가 미팅 때문에 모친이 대신 가봤다고 했다. 27일 개봉.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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