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새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중국에는 디런지에(적인걸), 영국에는 셜록 홈스, 일본에는 긴다이치 고스케. 한국에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조선에도 그에 필적할 인물이 있다는 거다. 똑똑이이면서도 빈구석이 많아 천방지축인 조선명탐정의 이름은…?
없다. 영화에서는 한 차례도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데,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기중기를 설계하는 것으로 미루어 정약용이 아닐까 싶다. 각색에 간여한 김조광수씨는 “<흠흠신서>를 보고 정약용이 탐정으로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명민이 만들어낸 탐정은 자신만만, 뻔뻔능청의 허당 천재로 우리가 아는 올곧고 사려 깊은 정약용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2011년 벽두 극장가를 배꼽잡게 하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시리즈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코미디 바탕에 깐 추리사극
18세기 시대상·현실감 반영 정조 16년, 공납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는 탐정(김명민)한테 사건 해결을 지시한다. 탐정은 실마리가 될 인물의 자살현장에서 뚜껑이 뒤바뀐 쌍연적을 찾아내고 청록 색맹인 고을 수령을 살인혐의로 체포한다. 취조를 위해 감옥을 찾아갔을 때 수령은 이미 돌연사한 상태. 시신에서 각시투구꽃 독침을 찾아낸 것이 오히려 살인자로 몰리는 계기가 되고 이는 같은 방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벌이는 탈옥으로 이어진다.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그는 근신하는 의미로 적성(파주)으로 내려가 열녀문 상소를 현장조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탐정과 개장수는 그곳이 각시투구꽃 특산지임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사건의 열쇠를 쥔 미모의 여성 객주(한지민)를 찾아간다.
소설 ‘열녀문의 비밀’ 원작
김명민·오달수·한지민 출연 영화는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다. 탕평과 개혁의 군주였던 정조와 그의 총애를 받는 실학자들 이야기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녹여낸 ‘백탑파 시리즈’ 중 두번째. 원작은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꽃에 미친 서생 김진이 주인공이지만 영화는 이명방을 아예 탐정으로 바꿨고 김진 대신으로 개장수 서필을 새로 만들어냈다. 영화가 재미로 무게중심을 옮기기는 했지만 18세기 조선의 실상을 가슴 아프게 때로는 통쾌하게 재현한 점은 원작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정조는 사대부 세력이 비대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허약해진 국가의 힘을 바로 세우려 했던 군주. 탕평정책은 노론·소론을 고루 등용함으로써 번차례 사화를 일으켜 조정을 뒤흔드는 현상을 해결하려는 뜻이었다. 화성(수원) 신도시 역시 천도는 아니어도 수도의 군사, 경제적 중심을 옮길 계획이었으니 이는 권력과 금력을 거머쥔 사대부들한테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영화 속 ‘공납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는 지금까지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쿠데타를 위한 독살’이라는 정조의 사인과 관련된다. “조선에는 개혁도, 천도도 필요 없다”는 임 판서의 외침에서 군주의 죽음이 전조처럼 읽힌다. 안개처럼 군림하는 정조와 달리 영화의 중심은 김명민. 임금의 총애를 받는 신하, 사건을 해결해가는 관리, 노비나 상민의 대척점에 선 양반, 미모의 한 객주를 마주하는 남정네 등 그의 연기와 목소리는 상황에 따라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그대로 재현한다. 삼강오륜 근엄을 바탕으로 18세기 신분제의 흐트러짐까지 반영하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러자니 탈춤의 말뚝이 구실의 개장수 오달수는 필수. 오달수와 함께 펼치는 김명민의 변신 퍼레이드에서 이순신(불멸의 이순신), 장준혁(하얀 거탑),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 등 전작의 그림자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속도감 있는 전개, 발랄한 카메라 움직임, 코믹한 배경음악과 더불어 얼마 전 타계한 전직 대통령을 상기시키면서 사극이되 사극으로 읽히지 않는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18세기 시대상·현실감 반영 정조 16년, 공납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는 탐정(김명민)한테 사건 해결을 지시한다. 탐정은 실마리가 될 인물의 자살현장에서 뚜껑이 뒤바뀐 쌍연적을 찾아내고 청록 색맹인 고을 수령을 살인혐의로 체포한다. 취조를 위해 감옥을 찾아갔을 때 수령은 이미 돌연사한 상태. 시신에서 각시투구꽃 독침을 찾아낸 것이 오히려 살인자로 몰리는 계기가 되고 이는 같은 방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벌이는 탈옥으로 이어진다.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그는 근신하는 의미로 적성(파주)으로 내려가 열녀문 상소를 현장조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탐정과 개장수는 그곳이 각시투구꽃 특산지임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사건의 열쇠를 쥔 미모의 여성 객주(한지민)를 찾아간다.
새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소설 ‘열녀문의 비밀’ 원작
김명민·오달수·한지민 출연 영화는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다. 탕평과 개혁의 군주였던 정조와 그의 총애를 받는 실학자들 이야기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녹여낸 ‘백탑파 시리즈’ 중 두번째. 원작은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꽃에 미친 서생 김진이 주인공이지만 영화는 이명방을 아예 탐정으로 바꿨고 김진 대신으로 개장수 서필을 새로 만들어냈다. 영화가 재미로 무게중심을 옮기기는 했지만 18세기 조선의 실상을 가슴 아프게 때로는 통쾌하게 재현한 점은 원작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정조는 사대부 세력이 비대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허약해진 국가의 힘을 바로 세우려 했던 군주. 탕평정책은 노론·소론을 고루 등용함으로써 번차례 사화를 일으켜 조정을 뒤흔드는 현상을 해결하려는 뜻이었다. 화성(수원) 신도시 역시 천도는 아니어도 수도의 군사, 경제적 중심을 옮길 계획이었으니 이는 권력과 금력을 거머쥔 사대부들한테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영화 속 ‘공납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는 지금까지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쿠데타를 위한 독살’이라는 정조의 사인과 관련된다. “조선에는 개혁도, 천도도 필요 없다”는 임 판서의 외침에서 군주의 죽음이 전조처럼 읽힌다. 안개처럼 군림하는 정조와 달리 영화의 중심은 김명민. 임금의 총애를 받는 신하, 사건을 해결해가는 관리, 노비나 상민의 대척점에 선 양반, 미모의 한 객주를 마주하는 남정네 등 그의 연기와 목소리는 상황에 따라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그대로 재현한다. 삼강오륜 근엄을 바탕으로 18세기 신분제의 흐트러짐까지 반영하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러자니 탈춤의 말뚝이 구실의 개장수 오달수는 필수. 오달수와 함께 펼치는 김명민의 변신 퍼레이드에서 이순신(불멸의 이순신), 장준혁(하얀 거탑),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 등 전작의 그림자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속도감 있는 전개, 발랄한 카메라 움직임, 코믹한 배경음악과 더불어 얼마 전 타계한 전직 대통령을 상기시키면서 사극이되 사극으로 읽히지 않는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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