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밀러 감독이 원작 쓴 ‘피파 리의…’
로빈 라이트의 섬세한 연기 일품
로빈 라이트의 섬세한 연기 일품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레베카 밀러 감독이 직접 원작소설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 상을 받은 극작가 아버지 아서 밀러의 피내림을 받은 탓인지 톡톡 튀는 인물 설정에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유다르다. 특히 중년 여성의 불안정한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게 일품이다.
성공한 남편과 장성한 자녀를 두고 한적한 교외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중년의 피파 리(로빈 라이트). 매일 남편의 혈압을 체크하고 정성스럽게 식탁을 차리는 완벽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겉보기만 그럴 뿐. 연못처럼 고요한 삶에 파문이 일었으니 남편 허브(앨런 아킨)가 절친한 친구 산드라(위노나 라이더)와 오래전부터 불륜 관계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의 외도는, 약물에 찌든 어머니로 인해 방황을 하지만 자유롭게 생기 넘치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또 옆집에 이사 온 연하남 크리스(키아누 리브스)는 흔들리는 그를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에서 피파 리로 돌아가게 한다.
영화는 피파 리 스스로의 내레이션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으로 ‘수수께끼’ 같다는 평을 듣던 중년 여성이 삶에 닥쳐온 변화를 거치며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차분하게 잘 표현했다. 피파 리는 로빈 라이트 펜이 맡았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가 사랑한 제니 역으로 잘 알려진 그는 피파 리의 복잡한 감정까지 살려내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허브 역의 앨런 아킨과 피파 리의 어머니를 연기한 마리아 벨로 등 조연들도 관록 있는 배우들이다. 이밖에 키아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뿐만 아니라 모니카 벨루치와 줄리앤 무어도 피파 리의 어린 시절 장면에 등장한다.
소재는 우연히 참석한 동창회에서 만난 옛 친구한테서 얻었다고 한다. 과거 무책임한 행동을 하던 여자아이가 훌륭한 엄마이자 아내가 된 것을 보고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를 생각하다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것. 2월1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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