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노년의 사랑, 젊어서보다 아름다워”

등록 2011-01-28 18:35

새 영화 ‘그대를…’의 이순재
“간만에 노인들이 활약했다우”
새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눈물샘을 꾹꾹 찌른다. 27일 시사회 도중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소리가 연방 들렸다. 시사 뒤 출연배우 간담회는 김수미씨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떨어진 속눈썹을 다시 붙이느라 지체됐다.

영화는 달동네 두 노인 커플의 가슴 짠한 사랑 이야기. 달동네 아래는 주차장과 재활용품 수집장과 우유보급소가 있다. 노인들이 드나드는 장소다. 김만석(이순재)씨는 우유배달부. 새벽마다 배달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달동네의 잠을 깨운다. 어느 날, 언덕길을 오르던 중 파지 실은 리어카를 끌고 내려오는 송씨(윤소정)와 마주친다. 한편 송씨가 리어카를 맡기는 주차장에는 만석씨와 동년배인 관리인 장군봉(송재호)씨가 있다. 어느 날 늦잠을 잔 그가 대문을 열어둔 채 출근하는데 자리를 뜰 수 없는 자기를 대신해 문을 잠가달라고 송씨한테 부탁한다. 그때는 이미 치매 앓는 아내 조순이(김수미)씨가 만석씨의 오토바이에 실려 동네를 돌고 있는 상황. 이렇게 외로운 네 노인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시작된다.

추창민 감독은 자기 몫을 가장 잘해줄 분들이 캐스팅돼 자기는 ‘선생님들’의 등에 기대어 배를 타고 왔을 뿐이라고 했다. 좌장 격인 이순재(75·사진)씨가 말을 받아 “오랜만에 노인들이 활약한 영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풀 작가의) 만화 히트작이 원작입니다. 동숭동 연극도 히트했죠. 만화는 평면이라 등장인물의 정서를 독자 스스로 동일시해야 합니다. 연극은 관객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소통하기 때문에 섬세한 심리표현은 무리입니다. 영화는 두 가지 단점을 모두 장점으로 가진 장르입니다. 심리적·내면적 표현이 가능하고 인물의 정서를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능합니다. 원작이 충분히 그런 내용을 갖고 있고요.”

그는 이어서 사랑학개론을 펼쳐 보였다. “노년의 사랑은 육체의 기능이 쇠퇴한 가운데 사랑의 정서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죠. 젊어서의 사랑보다 아름답지요. 바로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가장 좋은 사랑은 젊어서 만나 함께 살고 같이 죽는 것입니다. 쉽지 않죠. 기억에 남은 것은 아무래도 첫사랑입니다. 신분, 수입 등 전제조건 없이 무조건적이기 때문이죠. 설사 결혼이 이뤄지지 않아도 뇌리에 오래 남아요. 부부 사랑은 가정이란 테두리 안에서 부모 역할을 해야 하므로 여러 기능이 필요하죠. 그러자면 첫사랑의 순수를 일부 훼손할 수밖에 없고 또 자기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깊은 사랑이랄까요?”

그의 달변은 노인 문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노령인구가 500만이 넘습니다. 이제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률, 영화·연극의 흥행, 나아가 각종 선거에서 실패합니다. 노인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65살 먹은 이를 노인이라고 하면 화를 낼 정도죠. 100살까지 살날이 창창하니 이제 시작인데 말이죠. 문제는 혼자 사는 노인들입니다. 초년만큼 순수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참 중요한 문제입니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 사랑을 고백한다면? 그는 마누라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쩔 수 있느냐며 웃었다.


“예전에는 필름 3만자를 넘으면 똥감독 똥배우라고 했지요. 인원도 20~30명이면 충분했고요. 한달 20일 이상을 밤을 새며 한꺼번에 네다섯 작품을 찍었습니다. 젊어서 마누라가 저를 보기 힘들었어요. 열흘이나 보름 만에 집에 잠깐 들어갔으니 신랑 구실을 제대로 못 했죠. 요즘 같으면 도망갔을 터인데, 꿋꿋이 참아주었고, 힘들 때는 만두가게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지요. 그러니 ‘사랑합니다’ 할 수밖에요.”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