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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쟤 뭐야’ 쓴소리 1년만에 독립스타상

등록 2011-01-28 18:39

유다인
유다인
독립영화 ‘혜화, 동’ 유다인
“아빠에게 인정받아 기뻐요”
보일 듯 말 듯한 미세한 표정과 굴곡이 적은 말투. 가슴 한켠이 무너져 버린 듯도 하고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한 의미들이 와글대는 듯도 같다.

스물여섯살 연기라고 보기 힘든 ‘쌓인 연기’로 <혜화, 동>의 유다인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배우 부문 독립스타상을 받았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영화 한편을 끌어가는 탁월한 힘과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심사평이 헛말이 아니다. 고교시절 아이를 혼자 낳은 경험이 있는 동물병원 간호사로 유기견들을 거두어 키우는 20대 여성을 특별한 액션이나 분위기의 도움 없이 해냈다. 26일 만난 유다인은 영화 속 인물과 다르지 않았다.

“제가 가진 것을 알아봐준 감독님을 만난 거죠. <혜화, 동> 전까지는 안 좋은 얘기 많이 들었어요. 연기가 표가 나지 않는다, 연예인 하기엔 외모가 평범하다는 둥. 지금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시작이 어렵지 폭넓게 연기할 수 있잖아요.”

유다인도 영화 첫 주연, 민용근 감독도 첫 장편영화. 초짜끼리 만나 한 장면 한 장면 찍으면서 엄청 많이 독대를 했다고 말했다. 경험 부족이다 보니 연기 지시는 시시콜콜, 반복해 찍기는 다반사였다. 제 핏줄일 법한 아이를 데려와 씻겨주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제대로 못 잡고 카메라 밖으로 나와 울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촬영 중후반에 이르니 감독의 긴 설명이 없이도 연기가 가능해지더라고 했다. 민 감독을 연기 스승으로 주저없이 꼽았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 성장해가는 제 모습이 보여요.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영화를 좋아하게 됐어요. 제 신체의 장단점을 알게 됐고, 연기는 온몸으로 한다는 거를 체득했어요.”

연예계 경력 5년. 필모그래피도 제법 쌓였지만 대개는 낯선 제목인데다 조역 또는 단역이다. 이름난 것은 <용서는 없다>. 환경운동가(류승범)의 불행하게 죽은 누나인데 달랑 영정사진 하나다. 2009년 ‘텔레비전 소설’ <청춘예찬> 주인공으로 발탁됐지만 ‘연기 못한다’, ‘쟤 뭐야’라는 말을 듣고 100회 이상 간다던 게 80회로 조기종영하면서 ‘텔레비전 소설’이라는 장르도 없어졌다. 마음에 상처로 남았고 그게 다시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수상보다도 인정받고 싶은 이한테 인정받은 게 기뻐요. 평소 무뚝뚝하니 말이 없으신 아빠가 영화를 보시고 너한테 맞는 역을 만났다며 모처럼 한마디 하시더군요. 대학 1학년 학기말 공연 무대인사 때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주신 이후 저를 인정한 것은 처음입니다.”

독립영화에 출연한 데는 남다른 뜻이 있을까?


“배우한테는 상업-독립 구분이 안 돼요. 연기는 어디나 같죠. 차이라면 스태프 수가 많고 적달까요. 하지만 상업영화는 캐릭터가 틀에 박힌 반면, 독립영화는 좀더 다양하죠.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등장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방식의 혜화동처럼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하는 작품이 맘에 들어요.”

이 영화가 출발이라고 했다. 손영성 감독의 법정스릴러 <의뢰인>에도 제법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 아리송하게 죽어 검사(하정우), 용의자(장혁) 사이에서 논란의 핵심이 되는 용의자의 아내다.

최근 같이 일하자는 대형기획사의 제안을 사양했다. 5년 전부터 함께해온 매니저가 편하고 그동안 쌓은 신뢰를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사 프리미엄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만날 운명의 작품이면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하게 생각 안 해요. 빨리 성공하고 싶지도 않고요.” 지금 여기서 눈앞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10~20년 뒤에 뭔가 돼 있을 거라고 했다. 2월17일 개봉.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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