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게임 ‘유희왕‘을 다룬 다큐영화
[독립영화관 44회] ‘8000:8000’
‘어린이 도박’ 언론 비난 속 “컴퓨터게임보다 낫다” 주장도
‘어린이 도박’ 언론 비난 속 “컴퓨터게임보다 낫다” 주장도
[줄거리]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은 모를 수 있지만 ‘유희왕’은 누구나 들어봤음 직하다. 언론은 ‘어린이들 사이의 사행성 게임’이라 비난하지만, 실제 이 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학부모마저 ‘컴퓨터 게임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결하는 게임이자 새로운 문화인 그 실상을 들여다 본다.
[기획의도]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소규모 놀이 문화가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실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부 알려진 정보만으로 색안경을 끼기 십상이라는 점. 심지어 크고 작은 유무형의 피해까지 발생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트레이딩 카드 게임(티시지)이라는, 많은 이들에게 아주 생소한 문화를 조명하면서, 이런 풍토를 건드려보고 싶었다. 놀이는 결국 모두에게 추억이 되는데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8000:8000’ 전형근감독 인터뷰
-독특한 소재인데 계기는?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2002년 겨울 처음 트레이딩 카드 게임(티시지)이라는 문화를 접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이걸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죠. 당시만 해도 티시지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방송에 ‘유희왕’ 이라는 만화가 나오면서 붐이 일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문방구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큰 파장이었죠. 아는 사람들만 취미로 즐기던 카드 게임을 집앞 문방구에서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묘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도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티시지에 대한 열정이 식었어요. 할 만큼 했달까요. 전국에서 제 ‘닉네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웃음)
큰 유행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에서는 티시지의 위험성에 대해 앞다퉈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맞는 부분도 틀린 부분도 있었지만, 편향했다고 봤죠. 어린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마약에 비유를 하기도 했고, 비행청소년을 양산한다고 한다는 얘기도 있었죠. 과장과 억측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미 티시지를 ‘접은’ 상태라 그저 묵묵히 보고만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대적인 유행도 관심도 시들어갈 즈음, 전 영화를 하고 있었고,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이야기다 싶어 다큐멘터리로 도전했습니다. 바로잡기엔 너무 늦었고 기억하는 이들도 많이 사라져 이미 의미 없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추억을 갈무리하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직접 경험한 ‘선수’로서 티시지에 대한 견해는?
“티시지는 장단점이 확실합니다. 아주 적은 사람들만 즐기는 문화였지만 그 박진감과 재미는 여느 프로 경기만큼 흥미진진하거든요. 티시지는 바둑이나 장기 같은 테이블 게임입니다. 두뇌플레이가 아주 치밀해야 합니다. 확실히 어두운 면도 존재하죠. 방송에서 언급된 금전적 문제와 중독의 위험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과장된 것도 있지만.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유년기 아이들에겐 위험한 놀이가 될 수 있죠. 많은 학부모님이 걱정하듯 공부 안 하고 티시지에 더 몰두할 수도 있고, 하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카드만 만지고 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비단 티시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큐멘터리가 극영화와 다른 점은? 다큐멘터리만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무리 우려내도 끝이 없는 사골 국물을 뽑는 느낌이었습니다. 온도는 얼마나, 물은 얼마나, 이게 아주 절묘해야 한다는 생각. 극영화에선 이 과정이 시나리오 단계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고 넘어온다고 할 수 있겠죠. 다큐멘터리도 물론 프리단계를 거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이나 인터뷰이에 대한 염려로 더 깊숙이 질문하지 못하는 점 등이 있습니다. 충분한 사전준비가 이뤄져 있지 않으면 배가 쉽게 흔들린다는 점도 애로사항이었습니다. 그 어떤 장르보다도 확고함이 중요한 것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티시지처럼 소수가 즐기는 문화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
“마녀사냥이어서는 안 됩니다. 방송에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온 뒤 티시지가 취미인 아이들은 이를 주위에 숨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그저 놀이일 뿐인데 마치 주홍글씨처럼 마음에 두는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부분은 좀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취미가 바둑입니다’ 또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겨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잖아요?
글·영상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전형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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