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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엄마’를 벗어난 긴머리 공주의 재기발랄 모험

등록 2011-02-06 20:35수정 2011-02-07 08:38

3D애니메이션 ‘라푼젤’
3D애니메이션 ‘라푼젤’
그림형제의 독일 전래동화 디즈니식으로 재해석
착착 감기는 영화음악과 화려한 볼거리 매력만점
새 디즈니 3D애니메이션 ‘라푼젤’

독일의 전래동화를 집대성한 <그림동화집>은 만화, 연극, 영화로 두고두고 재생산되는 창작의 보물창고다. 당시 서민들의 생활실태, 인간의 심리,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동화의 외연은 더욱 풍성해진다. 디즈니에서 만든 3디 애니메이션 <라푼젤>도 그 가운데 하나다.

‘라푼젤’은 상추를 뜻하는 독일어.

원작은 싱싱한 상추에 환장한 아내의 입덧을 잠재우기 위해 야채가 가득한 이웃집 마녀의 정원에 숨어든 어느 남정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변머리 없는 남편은 집주인한테 들키자 임시 입막음으로 아이를 낳으면 넘겨주겠다고 약속한다. 아이를 넘겨받은 마녀는 아이 이름을 라푼젤이라 하고 외딴곳 탑 속에 가두어 키우며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삼는다. 세월이 지나 소녀로 성장한 라푼젤은 근처를 지나가는 왕자를 끌어들여 사랑을 한다. 이를 눈치챈 마녀는 청년을 탑에서 떨어뜨려 장님으로 만들고 라푼젤도 함께 내쫓는다. 중세를 풍미한 마녀 이야기에 고단한 평민의 삶, 입덧의 괴로움, 딸과 엄마의 운명적 갈등, 부모의 과보호, 혼전 임신 등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디즈니의 <라푼젤>은 그림형제의 곁가지를 줄인 대신 재미를 듬뿍 추가했다. 신분부터가 다르다. 디즈니에서는 라푼젤은 공주, 왕자는 도둑으로 바뀌어 훨씬 동화스럽다. 어느 왕국의 왕비가 임신을 하는데 병이 들어 아기는 물론 왕비 자신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 왕은 부하를 풀어 널리 마법의 풀을 구한다. 그 꽃의 향기를 맡으면 세월을 되돌려 건강을 되찾아준다는 건데, 마녀만이 자생지를 알아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비밀스런 꽃이다. 오랜 수색 끝에 그 풀을 찾아 왕비는 건강을 되찾고 아름다운 공주를 낳는다. 꽃을 빼앗긴 마녀는 머리카락에 꽃의 마법을 계승한 공주를 납치해 깊은 산속 높은 탑 속에 가두어 두고 젊음을 유지한다.


3D애니메이션 ‘라푼젤’
3D애니메이션 ‘라푼젤’
엄마의 엄격한 다스림을 받는 아이들이 “친엄마 맞아?” 하며 반항하듯 아이의 눈에 과장되게 비친 엄마의 그늘은 마녀의 모습을 띤다. 그림동화나 디즈니의 마녀 역시 치맛바람이 센 엄마의 또다른 모습일 뿐이다. 성장한 라푼젤은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기를 바라고, 엄마는 언제까지나 곁에 두고 싶어한다. 두 장르의 일치는 여기까지.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라푼젤 앞에 훔친 왕관을 가진 도둑 라이더가 나타난다. 라푼젤은 처녀의 방에 틈입한 라이더를 한방에 때려눕힌 뒤 등불축제가 열리는 곳까지 길 안내를 해주면 물건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생일이면 반딧불이처럼 떼로 떠올라 하늘의 별이 되는 등불의 정체를 알고 싶었던 것. 외부와 고립된 채 정체를 고민하는 공주와 부와 출세를 지향하는 고아 출신의 도둑은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면서 신분을 초월해 급속도로 친해진다. 하지만 라푼젤이 도망친 것을 안 마녀는 이들을 추적하면서 두 청춘남녀와 엄마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라푼젤>은 픽사의 총책임자인 존 래스터가 책임 프로듀서로 나서 자칫 뻔한 이야기를 뛰어난 성장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이에 더해 착착 감기는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를 버무려 아동은 물론 청소년용으로도 훌륭하다. 금빛으로 찰랑거리는 라푼젤의 21m 머리채에 어린이의 꿈이 서려 있고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에 10대 청소년의 재기발랄이 그대로 담겼다. 라푼젤이 키우는 카멜레온, 도둑 라이더가 타고 온 궁중마 맥스는 원작에 없는 디즈니만의 묘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의 백미는 등불축제 장면. 궁중에서 라푼젤의 생환을 기원하며 공중으로 띄워올리는 무수한 종이등 아래서 라푼젤과 라이더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고 픽사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최대의 3디 볼거리이기도 하다. 수천개의 등이 떠오르는 가운데 등 하나가 관객들의 눈앞까지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것이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고도 남는다. 동남아시아의 등불축제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인어공주>의 ‘언더 더 시’, ‘파트 어브 유어 월드’나 <미녀와 야수>의 ‘뷰티 앤 더 비스트’처럼 친숙한 멜로디로 이뤄진 노래들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제작비는 2억6천만달러. 개봉 당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를 따돌리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월10일 개봉. 전체관람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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