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36의 기적’…뮤지컬에 30년대 민중의 삶 녹여
<파리 36의 기적>은 파리 변두리의 낡은 극장을 싸고 벌어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아름답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1936년 파리. 유서 깊은 극장 샹소니아가 빚더미에 오르면서 문을 닫는다. 극장 감독 피구알(제라르 쥐뇨), 형편없는 성대모사의 달인 자키(카드 므라드), 붉은 군대는 구경도 못한 사회주의자 밀루(클로비스 코르니야크) 등 소속 직원들은 일터를 잃고 흩어진다. 극장을 넘겨받은 사채업자 갈라피아(베르나르피에르 도나디외)는 출입문에 못질을 하고 북적이던 극장은 속절없이 낡아간다. 피구알은 알코올에 빠지고 자키는 떠돌이 광대로 가까스로 풀칠을 하고 밀루는 파업 선동을 하는 틈틈이 여자를 후린다.
시난고난 시들어가던 이들은 어느 날 번쩍 눈을 뜬다. 반파시스트 정당과 국민들이 연합전선을 이룬 ‘인민전선’과 이들의 지도자였던 레옹 블룸이 집권하면서 노동운동이 들불처럼 퍼지고, 그러한 열기 가운데 자신들의 처지가 개인의 무능에 의해 빚어진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삶터를 빼앗아가고 실업자 또는 비정규직으로 떨어지면서 가정이 파괴된 배후에는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논리가 숨어 있었던 것. 이들은 옛 직장 샹소니아를 점거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스쿼트’. 공간의 일방적인 사유화에 따른 공공성의 훼손 및 빈 공간의 방치로 인한 비효율성에 대항한 빈집 점거운동이다. 5년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논란을 일으킨 2006년 사건, 대기업의 재개발 계획에 따라 쫓겨난 철거민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한 2009년 용산참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블룸 정권에 영합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와 신참가수 두스(노라 아르네제데)의 뜻하지 않은 인기로 공연은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처음의 열기가 식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두스가 떠나면서 별 볼 일 없는 배우만 남은 극장은 다시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파리 36의 기적>은 드라마, 뮤지컬에 당시 민중의 삶을 녹인 ‘시적 리얼리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세트로 재현한 30년대 신산한 파리와 등장인물들의 컬러풀한 개성이 겹치면서 슬픈 동화처럼 비친다. 파업중인 세탁공장에서의 군무, 아버지를 위해 거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피구알의 아들 조조(막상스 페랭), 재개관 첫 무대에서 두스가 부르는 노래 ‘파리에서 멀어지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코러스>(2004)를 만든 크리스토프 바라티에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다. 10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