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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돈 되는 영화, 안 만들었을 뿐입니다”

등록 2011-02-14 19:24

김조광수
김조광수
개봉 3주차 관객 360만명 돌파
배우·감독·각본 조화 흥행돌풍
10년간 독립영화 찍다 빚더미
“도전적 영화 다시 만들어야죠”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 지난 주말 개봉 3주차에 관객 360만명을 돌파했다. ‘조선시대판 셜록 홈스’가 워낙 매력적인데다 김명민, 오달수 연기파 배우의 코믹 콤비에다 한지민의 당찬 여장부 연기를 각별한 연출로 버무려낸 김석윤 감독의 솜씨가 큰 몫을 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싶은 설 명절에 개봉을 맞춘 것도 적중했다. <조선명탐정>의 흥행 돌풍은 그동안 주목받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청년필름 김조광수(46·사진) 대표의 ‘첫 상업영화’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조선 명탐정…’ 제작한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김 대표는 1999년 <해피엔드>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작품성 높은 독립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동안 쌓인 빚이 20억원이 넘는다는 그는 ‘안 해서 그렇지 청년필름도 돈 되는 상업영화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2005년 <분홍신>이 150만을 기록한 외에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어요. 한해 1억 남짓 빚이 쌓이다 보니 한계치에 이르렀어요. 모험을 한 셈인데 관객이 많이 들어 다행입니다. 믿고 기다려준 투자자들한테 감사해요.”

<평양성>보다 한달, <글러브>보다 두달 늦게 촬영을 시작했지만 <조선명탐정>은 빨리 촬영을 마치고 겨울 시즌에 개봉할 수 있었다. 방송 시트콤 프로듀서 출신인 김 감독의 빠른 솜씨 덕분이다. 후반작업을 하면서 경쟁작들이 감동 중심으로 간다는 것을 확인하고 캐릭터 코미디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연기 달인 김명민에 코믹 달인 오달수의 출연작이어서 투자유치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간섭은 없었을까? “우려와 달리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투자사인 쇼박스한테 관객의 취향 변화를 들었어요. 원래 미스터리 추리와 캐릭터 코미디 비중이 엇비슷했는데, 편집하면서 캐릭터 코미디 성격이 강해진 게 그쪽 의견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작-투자 완전분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선명탐정>은 김탁환 소설이 원작이지만 두 주인공은 원작에는 없었다. 김탁환씨와 갈등은 없었을까. “시나리오 작업 초기에 얘기를 안 했어요. 미루고 미루다 작년 봄에 얘기를 했는데 살벌했죠. 못 찍게 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분의 진보적 성향이 우리와 통했고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것을 보고 싶어 했어요. 판권이 팔리기는 했지만 아직 영화로 나온 적은 없었거든요. 결국 정약용 이름을 빼고 김진으로 낙착을 보았어요. 브이아이피 시사에서 재밌게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는 애초 퓨전사극을 지향했다고 했다. 정조시대의 보-혁 대결구도를 계산에 넣기는 했지만 일부 관객이 정조한테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청년필름은 1999년 운동권 영화를 만들어온 ‘필름제작소 청년’을 피디 중심으로 개편해 재출범했다. 정글 같은 영화판에서 10년 넘게 생존한 몇 안 되는 영화사다. 하지만 지난해 6월에 직원들과 사무실을 정리했다. 지금은 유급 직원 1명뿐이며 사무실은 다른 회사에서 임시로 빌려 쓰고 있다. 피디들은 프로젝트별로 모였다 흩어진다. 같은 꿈을 가지고 15~20년 넘게 함께 작업해온 터라 개의치 않는다.

“사정을 잘 아니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더군요. 못 준 월급과 퇴직금도 있는데 지금껏 전화 한번 없어요. 이제 제가 전화해야지요. 이자까지 쳐서 갚는다고….” 그는 <조선명탐정>을 기회로 돈이 없어 포기한 ‘도전적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김조 대표는 감독이기도 하다. 지금껏 동성애를 다룬 영화 두 편을 만들었다. 2008년 <소년, 소년을 만나다>(13분), 2009년 <친구사이?>(30분). <소년…>은 4000명, <친구사이?>는 8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두 작품 모두 제작비의 3분의 2를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한 작품을 스무 번 이상 본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감사하죠. 1만~10만원을 후원하는데, 대부분 자막에 이름이 올라가고 개봉 전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제가 연출하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죠.”

이번에 연출할 영화는 결혼 압박을 받는 30대 게이 이야기다. 그는 배우들이 베드신을 부담스러워해 캐스팅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걱정’했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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