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미키 워드 선수 입신담 ‘파이터’
다큐 냄새 물씬…수작 반열에
다큐 냄새 물씬…수작 반열에
<파이터>(감독 데이비드 러셀)는 라이트웰터급 권투선수 미키 워드(1965~ )의 입신담이다. 그는 1985년 프로에 입문하여 2003년 은퇴하기까지 51전 38승 13패의 전적을 가진 인파이트 복서로 38승 가운데 27개 경기가 케이오(KO)승이었다. 주특기는 레프트훅. 주먹을 많이 휘두르는 편이 아닌데다 맷집이 강해 막판에 주특기가 발휘되어 ‘아이리시 선더’라고 불리며 많은 팬을 거느렸다. 2001년 시 니리와의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9회에서 상대를 눕혔다. 그 인연으로 2002~2003년 아르투로 가티와 3차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가티와는 1승2패를 기록하지만 한치 양보 없는 명승부를 보여주었다. 그때의 나이가 선수로는 환갑에 해당하는 서른일곱이었다. 내리 3년 <링 매거진> 선정 ‘올해의 명승부’에 올랐다. 로키 마르시아노, 카르멘 바실리오, 무하마드 알리와 같은 반열. 지금은 고향인 매사추세츠 로웰에서 권투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는 미키가 복서로 어떻게 성공하는가를 비추기보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그 해결에 초점이 가 있다.
어려서부터 형 디키에게 권투를 배운 미키. 세계 챔피언 슈거 레이 레너드를 쓰러뜨린 형 디키는 그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 영광을 떠벌리기만 하는 마약중독자일 뿐이다. 땡땡이치기 일쑤인 형은 자칭 트레이너이고 변변한 경기를 유치하지 못하는 엄마가 매니저다. 맷값으로 여덟명의 이복남매와 부모를 부양하지만 엄마는 매양 디키, 디키다. 미키는 술집에서 여급으로 있는 샬린을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이때부터 미키-샬린 대 디키-엄마의 갈등이 뻑적지근하게 시작한다.
시련을 거쳐 형제가 재회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경찰관 사칭, 공갈·협박 등으로 감옥에 간 디키는 자기를 주인공으로 한 방송다큐멘터리가 ‘마약에 쩐 전 복서’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마약을 끊고 몸 만들기를 거듭해 출옥했을 때는 새사람이 된다. 디키는 자신의 접근을 막는 샬린에게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며 설득하여 동생의 진짜 트레이너가 된다. 디키는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 미키는 <디파티드>의 마크 월버그가 맡았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6개 부문, 골든글로브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3월10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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