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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시력을 잃다…세상엔 소리와 소외뿐

등록 2011-03-12 15:42수정 2011-03-12 15:58

독립영화 ‘사이’의 한 장면.
독립영화 ‘사이’의 한 장면.
[독립영화관 52회] 사이
‘고립’ 공포·절망으로 자살을 시도한 청년 이야기

[줄거리]

주인공 근양의 일상은 방 안에서 바깥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와 두 눈을 잃을 처지이다. 이는 결국 그의 손목을 긋게 했고 그를 방 안에 머물게 하였다. 그에겐 미래와 희망은 없어 보인다. 자신의 마음속에 갇힌 그리고 유일한 혈육인 누나로부터의 소외는 더욱 그를 그렇게 만든다. 그의 방 주위로는 기침 소리와 싸우는 소리, 그리고 하이힐 소리 등이 들려온다. 어느 날 아침 그는 무심코 문밖을 나선다. 빗소리가 강하게 들려온다. 문 앞엔 상훈이 담배를 물고 있다. 계단을 내려온 그 앞엔 피를 흘린 채 추락한 연수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수민이 있다. 근양은 ‘상쾌한 아침’을 잠시 느끼다 다시 그의 방으로 들어간다.

[%%HANITV1%%]

[연출의도]

암울한 과거와 비참한 현실로 사회로부터 고립된 인물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소통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개인(주인공)의 소통뿐 아니라 사회 속의 한 개인인 주인공이 끌어안고 있는 진정한 슬픔과 심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 주인공의 과거와 관련한 자의적인 고립, 그에게 닥친 암울한 과거의 단상들과 혼란스런 그의 내면심리를 현실적이면서도 모호한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사이’ 박준석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사이’ 박준석 감독.
독립영화 ‘사이’ 박준석 감독.
-제목인 ‘사이’라는 단어 안에 내포된 의미는?

“쉽게 말해서 공간과 공간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열림과 닫힘의 사이에 존재하는 주인공의 현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어요. 어쩌면 주인공 ‘근양’은 이름처럼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수도 있어요. 정상인도, 비정상인도 아닌 그냥 사람이요. 그래서 항상 ‘근양’은 가끔은 정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좌절감에 젖어있는 비정상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쩌면 ‘출구 없는 방’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굵직한 사건이나 대사 없이 극을 진행하는데 힘든 점은?

“촬영 전 시나리오는 상훈(담배피우는 남자), 계단 아래 연인(수민, 연수)의 분량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대사도 지금보다 많았어요.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며칠 전에 주인공 ‘근양’ 위주로 수정을 했어요.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보다 한 인물을 통해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에 집중하기 쉽겠다 생각 한 거죠. 그러다 보니 몇몇 사건들과 극중의 인물들이 다소 산만한 듯도 해요. 심지어 ‘근양’의 기억들까지요. 하지만 애초에 시나리오를 영화화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야기 전개(내러티브)보다는 ‘근양’의 심리와 기억들을 중심으로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들이 실제로 구현되지 않은 몇몇 장면들 때문에 조금 아쉬울 따름이죠.”

-근양이 외부의 소리를 듣는 행동의 이유는?

“주인공은 소리를 기억하고 외부의 소리를 들어요. 하지만 그는 외부와는 달리 소리를 거의 내지 않죠. 소리는 주인공에게 일방적으로 들려오는 거예요. 때문에 그에게 문득 과거(사고)의 소리가 떠오르듯이 그는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 귀를 틀어막지 않는 한 말이에요. 하지만 주인공은 더 나아가 외부의 소리를 테이프에 담죠. 어쩌면 관음증적인 행위일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의 이러한 행동은 그의 일상에서 유일한 희망과도 같은 것이에요. 하지만 그가 들은 소리의 끝은 그가 생각했던 환상과는 다르죠. 결국 그가 믿고 생각한 희망과는 달리 차갑고 잔인하기만 해요. 결국 주인공이 외부의 소리를 듣고 테이프에 담는 행위는 단절된 그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인 셈이에요.”

-영화 전체에 음악이 전혀 쓰이지 않았는데?

“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면 아무리 평범한 소리라도 특이하고 낯설게 들릴 거라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주인공에게 들려오는 소리 또한 평범하지만 주인공이 듣기에는 생소한 느낌이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 소리가 차츰 주인공을 집어삼키듯 그를 에워쌌으면 했죠. 결국엔 주인공에게 들려오는 모든 소리는 그를 더욱 좌절하게 하는 요소인 셈이에요. 또한 그가 겪은 사고의 경험들과 그 순간 들었던 소리는 다시 한 번 주인공 자신의 고통을 끄집어내는 작용을 하고요. 때문에 애초에 음악을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용했더라도 어울릴만한 음악이 있었을지도 의문이에요.”

-사회적 문제로 인한 고립과는 다른 성격의 단절 같은데, 이런 자의적인 고립에 대해 주인공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분명 개인의 힘으로는 일어설 수 없을 거예요. 저도 주인공과 같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동료와 가족들이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약간의 의지하고요. 전 그렇게 심각한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세상 어딘가에는 나름의 좌절과 절망으로 주인공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영화 속 주인공은 결국 다시 돌아가고 말지만 주위에서 조금 더 관심을 쏟는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에다 당사자의 조그마한 의지하고요.”

글·영상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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